이 기사는 04월 18일 14:5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KT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팀원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로서 나서 직접 추천까지 한 것은 그동안 거의 없었던 일이다. TF 회의 결과가 추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는 18일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뉴 거버넌스 구축 TF’ 첫 회의에 돌입한다. 사외이사 후보 선정, 대표이사 선임 절차 마련 등 앞으로의 TF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다.
KT는 지난 12일까지 지분 1% 이상인 17개 국내외 주요 주주로부터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 9명을 추천받고 이중 5명을 선정했다. 그간 KT는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추천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KT 지분 10.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TF에 들어가는 외부 전문가는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공기업학회 회장) △선우석호 홍익대 명예교수(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알리시아 오가와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 등 5명이다.
국민연금은 조명현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지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에 대한 이해가 높아 국민연금의 의사를 전달할 적임자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TF에 참여하는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현대차는 추천을 했다”며 “이 TF를 바탕으로 KT 뿐만 아니라 포스코, KT&G, 금융지주가 참고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에 지배구조 TF 멤버를 추천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F 멤버를 추천하면 해당 TF가 도출한 대표이사,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나중에 의결권을 행사할 때 영향을 줄 수 있어 보통 이런 경우 추천을 하지 않는다”면서 “확실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 선정 파행을 막고자 부담을 안고 TF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대통령실 등은 차기 대표 후보에 올랐던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에 대해 이사회의 대표이사 선출 과정을 문제 삼았고 결국 사퇴로 이어졌다. 더 이상 파행되지 않도록 개선 TF에 전문가를 보내 국민연금의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로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T는 먼저 사외이사 후보를 추려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후 이사회가 꾸려지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임시 주총을 다시 열어야 한다. TF는 2~3개월 내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