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 르완다 데자뷰?

KT, 손실 커지는 르완다 걱정…아프리카 사업 활로 찾을까

올 상반기 116억원 순손실…완전자본잠식 지속
르완다 LTE 독점권 따냈지만…타 국가선 중국 업체에 밀려
다른 해외 적자법인은 청산…”향후 추가 사업 기회 있을 것”
공개 2022-08-25 08:3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KT(030200)의 르완다 법인이 상반기에도 손실을 기록하면서 K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아프리카 통신 체계 구축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법인을 설립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KT 입장에선 해당 국가의 LTE(4세대 이동통신) 독점권을 약속받은 만큼,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통신 수출 거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 르완다 법인(KT Rwanda Networks Ltd)은 올 상반기 11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인이 설립된 2013년 이후 누적 손실만 무려 2281억원에 이른다.
KT의 르완다 법인은 설립 첫해인 2013년부터 줄곧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르완다 법인은 2014년 190억원, 2015년 287억원, 2016년 314.5억원, 2017년 228억원, 2018년 292억원, 2019년 317억원, 2020년 346억원, 지난해 288억원의 손실을 냈다.

당초 KT는 아프리카 지역에 통신 수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르완다 법인을 설립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역설한 ‘글로벌 기가토피아’ 비전에 따라 해외법인을 공격적으로 늘린 일환 중 하나다. 나이지리아, 남아공, 말라위, 베냉,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목표로 르완다 정부와 지분을 51%, 49%씩 나눠 공동 설립했다.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KT 입장에선 철수를 고려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KT는 르완다 정부와 협약을 통해 2038년까지 25년간 LTE 도매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설립한 이듬해부터는 수도 키갈리에서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8년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에 실패해 2018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상회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존속 자체가 힘들어진 상태다.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에 참석한 KT관계자들(사진=KT)
업계에서도 KT의 아프리카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이집트, 알제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23개국의 LTE 네트워크 중 약 70%는 화웨이 등 중국 IT 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최근엔 IoT(사물인터넷) 등 스마트시티도 도입되는 추세지만, 이 역시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KT의 경우 르완다에서 독점 사업권을 따내며 사업적 우위를 점했지만 단일 공급자인 KT가 공급가를 비싼 가격에 형성하면서 타 국가에선 가격 경쟁에서 낮은 평가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KT의 경우 르완다에서 비싼 값으로 공급망을 구축해 르완다의 통신 체계 구축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현지 및 해외 언론을 통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르완다 법인은 당분간 KT의 주요 적자 해외 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대표가 취임한 뒤 적자 해외법인을 정리하면서 적자 규모가 컸던 해외 법인들은 대부분 청산됐다. KT는 2020년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인 슈퍼아이맥스를 정리한 뒤 폴란드 법인도 청산했다. 투자를 목적으로 사들였던 인도네시아, 벨기에, 중국 법인도 각각 없앴다.
다행히 르완다 법인이 KT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KT는 해외 통신사업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새롭게 추진한 콘텐츠 사업 등이 성과를 얻으면서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을 정리하고 사들인 미디어지니, 밀리의서재 등 미디어·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이 이번 상반기부터 연결범위로 편입되면서 향후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KT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단행했으며, 현재까지는 매각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프리카는 기초적인 통신 인프라가 취약해 향후 추가적인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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