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인사에 거는 기대

 
 
KT가 6000여명에 이르는 명예퇴직을 실시한데 이어, 임원급 300여명 가운데 100여명에 대한 권고사직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공기업시절은 물론 민영화 이후에도 이런 큰 규모의 감원과 조직개편은 없었다는 점에서 KT의 새로운 혁신에 더더욱 눈길이 간다.

유선중심의 우리나라 통신역사에서 KT는 확고부동한 1위사업자로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지배적사업자였다. 정부는 경쟁도입과 비대칭규제를 통해 경쟁활성화를 모색했지만, KT는 고착화된 구도속에서 경쟁사업자에게 10%의 점유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통신이 활성화하면서 SK텔레콤은 무선부문에서 절대강자로 등장하고, 이통분야 자회사 후발사업자인 KTF는 SK텔레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데 한계를 보였다. 더욱이 영원한 캐시카우로 작용할 줄 알았던 시내전화는 인터넷전화의 공격 앞에 더 이상 수성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유선전화시장에도 무한 경쟁상황이 펼쳐지게 된 셈이다.

유무선 통합시대에 KT는 통신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지위를 잃게됐다. 혁신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공기업시절의 안락함은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고, 공룡으로 불리는 거대조직은 앞으로 전진하는데 늘 버거운 무게였다.

강력한 혁신의 필요성은 KT-KTF의 합병과, 합병KT의 새 수장인 이석채 회장의 등장 이후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KT의 도덕성 회복차원에서 건드리기 힘든 내부 비리척결에 나서, 스스로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KT의 이같은 선택은 방송통신시장과 업계의 재편속에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유무선통합과 방송통신융합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속에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KT의 선택은 우선 조직의 혁신, 슬림화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3만6000명의 인력 가운데 6000여명을 명예퇴직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조조정하고, 임원급 300여명 가운데 100명을 퇴직시켰다. 또, CIC조직구조를 통해 시장경쟁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민간기업형 조직구조를 갖췄다. 17일 단행한 KT 인사 및 조직개편의 근간은 이석채 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을 결집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통신시장의 본격적인 그룹(KT, SKT, LG)단위 재편과 함께 치열해지는 컨버전스 경쟁에 대비하는 한편, 취임 2년째에 접어든 이석채 회장의 `제2기 올레(olleh) 경영`의 출발점인 셈이다.

KT는 유선과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CIC인 개인고객부문과 홈고객부문의 수장을 교체함으로써 합병 2년째 공격적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홈고객부문의 전국 지사는 기존 326개에서 236개로, 기업고객부문은 159개에서 125로 각각 줄었다. 각 지사에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변화관리팀(Change Agent, CA)을 배치해 혁신을 가속화한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우선 몸을 만든 셈이다. 이같은 몸 만들기는 모두 KT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통 없는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이번 KT인사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지속돼 온 조직혁신의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여겨진다. 진통이 컸던 만큼 KT가 이번 인사를 통해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의 대표 컨버전스기업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특히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방송통신시장에서 공정경쟁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글로벌 통신기업들에게 성공적인 변화의 모델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