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속에서…
작성자: 마음의준비 | 조회: 366회 | 작성: 2020년 1월 30일 12:23 오후[장경덕 칼럼] 거품 속에서
오늘날 서울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 한 채를 날려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뉴턴이 누구인가. 만유인력과 빛의 원리와 미적분을 깨우친 위대한 과학자다. 그런 그도 투기적 거품에 뛰어들었다 평생 남해회사 말만 나오면 얼굴을 붉혀야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가늠할 수 없다.”
올해는 거품의 역사를 되새기기 좋은 해다. 300년 전 영국에서는 국왕까지 투기에 눈이 멀게 한 주식 거품이 끓어올랐다. 100년 전 미국에는 사상 최악의 공황을 부를 거품 경제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30년 전 일본에서는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주택시장은 늘 격변의 가장자리에 있다. 미지의 기술기업이나 그 이름만큼이나 해독하기 어려운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임계상태의 시장에서는 무엇이든 격변을 일으킬 수 있다. 거품 붕괴를 촉발하는 것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일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거품 붕괴를 예견하지만 그 타이밍은 틀리기 십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단층이 지진을 일으킬 것을 확신하면서도 정확한 시점은 알지 못하는 지질학자와 같다. 그렇다고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건 위험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임계상태의 지진대와 같다. 거품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2000년 초 9%를 웃돌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6%에 육박하던 시중 실세금리가 1% 남짓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거품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이자 거품을 예고하는 확실한 신호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예견한 `자본소득자의 안락사`는 현실이 됐다. 라임 사태는 거의 필연적이었다.
GDP 대비 국민순자산은 2000년 5.7배에서 2018년 8.2배로 불어났다. 소득 창출 능력보다 자산 가치가 더 빨리 부풀어오른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땅값 상승률은 경상GDP 성장률의 2~3배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처럼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저금리가 주가를 받쳐줬다. 주택 임대수익률은 미미하다. 지난해 평당 1억원을 뚫은 서울의 한 아파트 시세는 35억원인데 전세가는 17억원이다. 실세금리(1.4%)로 환산한 임대수익률은 0.7%에 그친다.
뉴턴의 사례가 극명하게 말해주듯 우리는 거품 속에서 거품을 볼 수 없다. 그것이 몇 세기 동안 되풀이된 거품의 역사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오랫동안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허상으로 드러날 때 어쩔 수 없이 패닉에 빠지고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나는 2011년 봄 일본 도호쿠 대지진 때 살아남은 미야기현의 한 남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듬해 초에 만난 야마우치 마사후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덮치기까지 보통 30분 정도 대피할 시간이 있지요. 다섯 살 때 일본까지 파장을 미친 칠레 대지진을 보고 50여 년간 쓰나미가 올 때 어떻게 해야 안전할지 늘 맘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훈련을 했습니다.”
우리 경제 곳곳에 숨어있는 거품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어설프다. 특히 두더지 잡기식 집값 안정대책이 그렇다. 정권의 명운을 건 정책이라면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 더 밝은 눈으로 거품을 경계하고 거품이 꺼질 때 어떻게 피해야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더 큰 바보`를 기다리는 건 위험하다. 3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장경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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