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지난6월 IT본부 직원이 어느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IT본부 직원들의 아픔이 담겨있어 가슴에 와닿네요.
오늘도 여전히 아침일찍 눈을 떴다.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아 잠을 거의 설쳤지만.. 그래.. 그래도 회사는 나가야지..
배웅해주는 집사람의 한마디에 또 힘을내서 출근을 한다. "여보 힘내~ 내가 있잖아~" 아들녀석도 여전히 씩씩하게 "아빠 잘 갔다 오세요~" 인사를 한다.. 그래.. 힘을 내야지..
사무실로 들어와 컴을 켜고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전과는 다른 분위기.. 요즘은 직원들 서로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구석에서는 여전히 인상쓰고 있는 부장님. 노사합의서가 나온 이후로 부장님과 직원들 사이엔 냉기류가 흐른다..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이다..
그래.. 저분도 불쌍한 분이다.. 우리는 그나마 KT에 남을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데, 저분은 그냥 나갈수 밖에 없지.. 말년에 직원들 나가라고 설득시켜야 하니.. 정말 힘들거야..
아. 내일 본사과장님과 회의가 있는데.. 도저히 할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그래.. 전화하자..
나 : 아. 과장님. IT본부 xxx 대립니다. 과장 : 아네.. 내일 회의 잡힌거 나오실 수 있으세요? 나 : 네.. 그렇잖아도 그것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회의를 좀 연기해주시면 안될까요? 아시다시피 분위기가 좀 그래서요.. 과장 : 네.. 그렇게 하시죠.. 마음도 편치 않을텐데.. 나 :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과장 : 네.. 저 그리고 혹 다음에 저한테 전화주실땐 업무전화 말고 핸드폰으로 해주세요. 나 : ??? (무슨소리야?)
다들 몸조심 하는군.. 참 우습지도 않군..
이번주까지 시스템 개선사항 테스트하고, 시스템오류 난것도 고쳐야 하는데.. 여전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평소같으면 많이오던 현업과 본사의 민원전화도 거의 오질 않는다.. 다들 분위기를 아는거겠지..
어쩔수 없이 사무실 직원몇과 휴게실로 갔다.. 여전히 IT분사관련애기들.. 모두들 한숨만 나온다..
나가서 IT를 계속하자니.. 현재 SI업체들의 불황을 뻔히 아는데.. 다른SI업체들 밥그릇 뺏어오다가 과연 몇년을 버티나.. KT를 나가자 마자 당장 대출금 갚으라고 압박부터 들어올텐데.. 모두들 KT에 남아서 현업으로 가자고 하는 분위기..
여전히 한숨만 쉬다 들어온 사무실.. 갑자기 부장이 나를 찾는다.
부장 : X대리 나좀 잠깐 보지? 나 : 네 부장 : (조용하게) X대리. 자네 조심해야 될거같은데? 나 : 네? 전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부장 : 지금 이런분위기에서는 행동 조심하란 말이야.. 괜히 나서지말고.. 그리고.. 자네 이번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관적인가? 아니면 더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나? 나 : (이양반이 무슨소리야..) 무슨소리신지.. 부장 : 자네 나가서 자네능력을 더 펼쳐서 IT업계에서 고액연봉자가 될기회를 잡을건지 회사남아서 섬같은데로 발령받을건지 물어보는거야.. 나 : (이제 아주 대놓고 협박을 하는군..) 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고민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장 : 자네 능력을 펼쳐볼 좋은기회야. 잘 고민해봐. 나 : 네..
저양반도 답답하군.. 우리를 바보로 아나.. 뭐.. 부장도 진심은 아닐게야.. 아.. 정말 일 못하겠다..
점심시간.. 직원들이 같이 나가서 점심을 하자고 한다.. 다들 침울한 분위기.. 오늘 점심시간에 사내에서 모이기로 한 것 때문에 간부들의 압박이 심하다고 토로한다.. 아이맨 PR메시지에 우리의견을 알리긴했지만.. 이것도 얼마 못갈것이다.. 누군가 핸드폰문자를 보여준다.. "오늘 집회참석은 불법이므로 참석하는 직원은 모두 촬영해서 채증할 예정입니다"
채증? 채증은 또 뭐야? 증거수집한다는 말이군..
결국.. 점심시간에 모이는건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오후늦을무렵.. 부장이 직원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아이맨은 업무용입니다. 올려놓은 PR메시지를 모두 삭제하시기 바랍니다. 불법적인 행동으로 불이익을 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들 서로 눈치를 본다.. 결국 하나둘씩 아이맨PR메시지를 내려놓았다.. 참 힘들구나.. 이제 정말 힘든 상황이 되었구나..
저녁때가 되자 직원들 대부분 일어난다.. 일도 손에 안잡히니.. 항상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대부분 직원들이.. 일찍들어간다..
퇴근을 하면서 만난직원들.. 술한잔 하자고 한다.. 마시고 싶지만.. 이미 이틀연속 과음을 한 나..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돌아오는 퇴근길.. 낯익은 주변 풍경들이 왠지 정겹게 보인다.. 비록 지금의 상황은 힘들지만.. 그래도 나를 키워준 KT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할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겠지.. 힘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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