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 위안부 사과 않는 일본과 다를게 무엇인가”

[공감신문] “KT 황창규 회장, 위안부 사과 않는 일본과 다를게 무엇인가”

KT,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 박진종 기자
  • 승인 2018.06.15 20:35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KT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의 진상과 피해자들의 증언 사례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 박진종 기자

[공감신문] 15일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KT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의 진상과 피해자들의 증언 사례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CP퇴출프로그램 문제는 지난 2005년 시작한 이후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불법성이 확인되기도 했지만, KT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업무지원단이라는 새로운 퇴출기구를 이용해 현재까지도 적폐를 이어가고 있다.

일명 부진인력, (CP)C-Player 퇴출 프로그램은 KT 민영화 이후 시행됐다. 민주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명예퇴직 거부 노동자들을 생소한 업무분야로 전환 배치한 다음, 저성과자로 내몰아 퇴출시키려는 정책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MBC에서 이뤄졌던 ‘성향에 따른 업무전환’ 사례와 유사한 형태다.

앞서 MBC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성향이 다른 인력을 담당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부서에 배치시키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뀐 뒤 MBC는 정상화 됐지만, KT는 그렇지 못하다. CP퇴출프로그램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라도 해야 하지만, KT는 피해자들에게 약 515만원씩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다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상태다.

특히, 이날 CP퇴출프로그램 피해자들로부터 들었던 KT의 실상은 도저히 ‘국민기업’이라는 슬로건을 쓸 수 없는 기업이었다.

CP퇴출프로그램 피해자인 육춘임 씨와 박은하 씨 / 박진종 기자

첫 번째 증언자로 나선 육춘임 씨는 현재도 정신적인 피해가 크다고 알렸다. 그는 현재 전북 어딘가의 산골에서 거주하고 있다. 굳이 불편하게 외진 곳에서 사는 이유는 다름 아닌 CP퇴출프로그램에 의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현재는 퇴직자인 육 씨는 당초 114 교환원으로 일했다. 이후 114 콜센터가 분사되면서 KT로부터 퇴사 후 외부용역 업체로 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육 씨는 이를 거부했고, 전신주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선로유지보수 업무에 배치된다.

옥상에 오를 때는 2명의 작업자가 필요하지만 육 씨는 홀로 옥상에 올라 위험하게 작업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떨어져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심정도 전했다.

시간이 흐른 뒤 퇴사를 한 육 씨지만, 여전히 CP퇴출프로그램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그가 산골에 사는 이유도 ‘혹시 KT로부터 미행을 당할까봐’였으며, 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증언에서는 지난 4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이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KT로부터 받은 515만원에 관한 내용도 나왔다.

육 씨는 “돈 500만원 없어도 산다. 500만원 줬으니 말하지 말고 살아라 이거냐”고 반문하며 “KT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황창규 회장, 8000명 자르고 수십억 가져가서 자식들과 잘사니까 좋은가. 우리는 인간적인 것을 원했다. 우리 같은 우리 노동자들이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게 KT다”라고 울부짖었다.

KT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의 진상과 피해사례 집회 / 박진종 기자

CP퇴출프로그램 피해자들이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수용했던 이유는 보상금액인 515만원에 만족해서가 아니다. KT가 시행한 CP퇴출프로그램에 대해 법원에서 판결을 받기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KT는 이번 보상으로 사태가 종결된 듯한 행태를 보이는 상황이다. 마치,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해 보상금을 줬으니 우리는 할 일을 다 했다는 일본의 태도와 다를 게 없다.

KT전국민주동지회 등 피해자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는 이들이 잘먹고 잘살려는 게 아니다. 앞으로는 KT에서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KT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그 사례가 기록되고 남아야, 같은 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KT의 지배구조는 사외이사(이사회)가 독립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구조다.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로부터 독립된 경영을 해야 하며, 이사회 역시 공정한 감시·견제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KT는 전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KT와 같은 지배구조는 정권의 성향에 맞는 최고경영자가 선임되고, 그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경영을 감시·견제가 아닌, 보호해 줄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렇게 되면 정권에 의해 선임된 최고경영자가 독단적인 기업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박근혜 정부 당시 KT 회장에 선임된 황창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8300명을 구조조정하고, 통신 선로 개통 및 AS업무를 외주화한 것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밝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오른쪽)과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당했다. 현재는 관련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제라도 황창규 회장은 퇴진하고 KT는 공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 진정한 ‘국민기업’이 돼야 한다.

더 이상은 피해자들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여겨서는 안 된다.

박진종 기자 | pjj@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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