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내수산업인지라 해외투자는 미친짓이다…비자금을 마련할 목적이 아니라면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 (Mobile World Congress, MWC)’ 에 우리 기업이 참여한 모습.  2018.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통신사들이 내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꾸준히 해외사업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참혹한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KT의 해외 법인들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속사업’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5일 SK텔레콤과 KT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해외법인 종속회사인 ‘SK텔레콤 베트남’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인은 지난 2015년까지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으나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청산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다른 종속법인인 ‘SK플래닛 글로벌’ 역시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도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감사의견 한정을 받게 되면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두 법인 모두 수년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순손실만 이어지던 상황. 이에 SK텔레콤은 해당 법인의 기업 지속가능성을 판단했을 때 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아래 청산을 진행하는 중이다.

KT 해외사업도 순탄치는 않다. 이 회사의 해외 종속법인은 감사의견 적정을 받긴 했지만 감사인이 ‘의문’을 제기한 법인도 있다.

KT의 회계감사를 진행한 삼일회계법인 감사인은 KT재팬에 대해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KT재팬 법인을 계속 유지할 경우 재무상황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통신사업자의 해외사업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미국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힐리오’ 법인이다.

힐리오는 SK텔레콤 해외사업의 최대 애물단지로 평가받았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5년 미국 2대 통신사 버진모바일과 함께 MVNO 형태로 진출했으나 5년간 가입자 20만명을 채 모으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한때 통신사 CEO들이 ‘탈통신·글로벌 진출’에 매진했던 때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번번히 실패를 했다”면서 “통신사업은 어느 국가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외국자본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우리나라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은 세계 최고 수준인만큼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라인 등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기술의 단계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인 만큼 통신사들도 이제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모델’ 발굴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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