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천억원 날렸다..주파수 미사용에 이용기간도 단축(종합)

입력 2018.02.23. 14:21 수정 2018.02.23. 15:55 

KT LG SK 주파수 경매(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KT가 2011년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낙찰받아 놓고 사용하지 않다가 정부로부터 이용기간 단축 조치를 당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00㎒ 주파수대역에서 10㎒폭을 할당받고도 사용하지 않은 KT에 주파수 이용기간을 20% 단축하는 행정처분을 23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의 해당 주파수 이용 기간은 당초 예정보다 2년 이른 2020년 6월에 종료된다.

KT는 2011년에 경매를 통해 819∼824㎒와 864∼869㎒ 대역에서 합계 10㎒ 폭을 할당받고 2012년부터 10년 사용권을 얻었으나 이후 기지국 구축 등 할당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 KT가 약속한 주파수 할당 대가는 2천610억원에 달하며 이번 행정처분으로 이용기간이 2년 단축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2천88억원의 헛돈을 쓴 셈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긴 것은 2011년 경매 당시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초로 경매로 주파수를 할당한다고 하면서 매우 이상한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방통위는 경매에 2.1㎓ 대역 20㎒폭, 1.8㎓ 대역 20㎒폭, 800㎒ 대역 10㎒폭을 3G 이상 이통서비스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내놓고 이 중 이통 3사가 당시 가장 선호했던 2.1㎓ 대역은 LG유플러스만 응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당시 2.1㎓ 대역 주파수를 SK텔레콤과 KT는 갖고 있었으나 LG유플러스는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최저입찰가인 4천455억원에 원하던 주파수를 받았다.

경매에 나왔던 주파수 중 800㎒ 대역은 폭이 10㎒로 좁은데다가 인접한 SK텔레콤 2G용 대역(30㎒폭)과 혼선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어 별로 쓸모가 없었다. SK텔레콤의 경우는 장기적으로는 대역 용도 변경 후 묶어서 40㎒폭의 광대역으로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잠재적 장점이었다.

이 때문에 1.8㎓ 대역에 SK텔레콤과 KT 모두가 달려들어 경쟁했으나 가격이 계속 오르던 끝에 결국 KT가 포기하면서 SK텔레콤이 9천950억원에 이 대역을 가져갔다.

KT는 결국 남은 800㎒ 대역을 선택했다. 당시 KT가 이 대역을 가져간 목적이 SK텔레콤이 가져가서 인접 대역과 묶어 광대역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견제책’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결국, 쓸데없는 대역을 산 KT는 그간 이 대역용 기지국을 하나도 구축하지 않고 세월만 보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그간 800㎒ 주파수 사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향후에도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며, 이번에 확정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