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T가 국회의원들에게 ‘상품권깡’을 통해 전방위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KT는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KT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수를 두 자릿수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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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
12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T 불법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해 “작년 11월부터 (수사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정치자금법 등 첩보로 한 것이고, 나름대로 조사된 걸 갖고 1월 30일에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이 청장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갖고 와서 분석 중에 있다. 지금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자금을 갖다 쪼개서 지원한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면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철성 청장은 KT가 벌인 행각을 명확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 청장은 “KT 수사 중심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냐, 뇌물죄냐”고 묻는 질문에 “일단은 정치자금법”이라면서 “어쨌든 그 자금이 공금이니까 공금 횡령의 문제라든지, 배임의 문제라든지, 그건 별론으로 하고 명확한 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수는 두 자릿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루자의 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철성 청장은 “두 자릿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아주 적은 두 자릿수”라고 답했다. KT 임원들은 이미 일부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이 청장은 국회의원들의 소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KT는 임원들의 명의를 이용해 회삿돈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불법정치후원금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는 국회의원 후원을 위해 KT계열사가 접대비 등의 합법적인 명목으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이를 현금으로 바꿔 본사에 보내고, 임원들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을 사용했다. 동원된 임원만 40여 명에 이르며, 사장, 전무, 부사장급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MBC 보도에 따르면 KT는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막기 위해 국회에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KT관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경위에 대해 “첫 번째 미션은 CEO, 그러니까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안 되도록 하라는 거 하나”라고 폭로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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