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부당 대의원 한 명을 선출하도록 한 KT노조 규약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 1천648명이 속한 지부와 조합원 10명이 있는 지부가 똑같이 대의원을 한 명씩 선출하도록 한 규약이 투표가치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29일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는 KT노조를 상대로 조합원 59명이 낸 조합원 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2010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지부당 대의원 1명씩 선출하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기본적인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조합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본사지부에 소속된 조합원은 1천648명이다. 규약에 따르면 본사지부와 조합원이 10명인 항동지부가 똑같이 대의원 1명씩을 선출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조합원 1인의 투표가치가 164배 차이를 보인다”며 “대의원 선거에 관한 조합원의 투표가치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주장한 대의원의 지역대표성 강화에 대해서는 “지역대표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더라도 투표가치 불균형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는데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조합원이 밀집한 지방본부(지부)는 12곳이다. 20명 미만 소수 조합원으로 구성된 지부는 85곳이다. 재판부는 대의원 구성이나 노조 의사결정구조가 조합원 총의와 달리 왜곡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판결에 따라 노조는 30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정기대의원대회를 취소했다. 규약을 개정한 뒤 대의원을 다시 선출한다. KT노조 관계자는 “2심 판결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해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합원 총회를 열어 해당 규약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조의 최고 자치규범인 규약을 존중해야 하지만 조합민주주의나 조합원들이 활동에 균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조합원 평등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봉쇄해 온 비민주적 규약이 법원에 의해 철퇴를 맞았다”며 “올해 연말에 치러질 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