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공약

[특별기고]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공약 / 윤구병

등록 :2015-09-17 18:47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던 고은광순이 든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비싼 전쟁 말고 싼 평화를! 평화협정 지금 하라!’
“모두가 좋다고 두둔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모두가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까?”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좋고,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 좋다고 두둔하고 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헐뜯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 좋다고 치켜세우고 좋은 사람이 나쁘다고 등 돌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자로와 공자의 문답을 나 나름으로 옮겨 보았다. 내가 그 나라의 혁명군 사령관으로 자임하는 아메리카 합중국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다. 다만 나쁜 놈들이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여러 분야에서 힘을 휘두르고 있어서 이대로 두었다가는 제 나라만 망칠 뿐 아니라, 온 세계를 덩달아 재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십상이라, 합중국의 군사 식민지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합중국 국민들을 ‘어엿비’ 여겨 이 어려운 과업을 내 몫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휴전 상태이고,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에 한국은 당사자가 못 되고 북한과 미국이 해야 하는데, 미국이 계속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매년 800억원의 무기를 한국에 팔고 있으며 한국은 매년 2000억원을 미국에 무기 관련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왜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된다고 믿느냐고 묻는 미국인 교사에게 백악관 앞에서 9일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고은광순이 대답한 말이다. 고은광순은 이미 지난 6월25일부터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시위한 이력이 있다. 그이가 든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 탄저균 가지고 미군은 떠나라! / 비싼 전쟁 말고 싼 평화를! / 중단하라 전쟁과 무기 생산! / 평화협정 지금 하라!’

얼마 전까지 펜타곤에서도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쟁은 마약과 같아서 끊임없는 소비를 요구하며 지구 생명을 망친다’는 뜻을 영어로 옮겨 적어서.(‘마약’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여당 대표의 둘째 사위 집에서 마약 투여 주사기가 17개나 발견되었는데,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 이 가운데 하나는 누구 것인지 모르는 제3자의 디엔에이가 나왔고 검찰은 그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갔다는 이야기, 혹시나 한집에 약쟁이가 둘이 살고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는 이야기, 본디 4년 이상 9년 6개월 이하의 형에 처해야 하는 중범죄에 해당하는데, 검찰은 아예 구형부터 3년으로 낮추고, 법원은 4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고, 마땅히 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들이 곁들여진 뒤숭숭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는 덮어 두기로 하자.)

미리 알았더라면, 나이도 나이고 건강 문제도 있는지라 이걸 빌미 삼아 혁명군 사령관직을 고은광순 님 같은 평화어머니에게 맡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나 뒤늦게나마 다음과 같이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공약을 밝히는 바이다.

<혁명 공약>

1. 전쟁국가 아메리카 합중국을 평화국가로 바꾼다.

1.1. 아메리카 합중국 군산복합체를 해체한다.

1.1.1.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모든 살상무기의 생산을 중단한다.

1.1.1.1. 군대를 해체한다.

2. 50개 주를 500개의 자치국가(코뮌)로 재편한다.

2.1. 도시의 규모는 인구 2만 이하로 제한한다.

2.1.1. 도시 에너지 수급은 생체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한다.

2.1.2. 모든 도시민의 야간작업, 철야작업은 법으로 금지한다.

2.2.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네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3. 모든 자치국가의 인구 90% 이상은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같은 기초 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한다.

3.1. 농업은 평화산업으로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혜택이 주어진다.

3.2. 농민문화는 놀이와 잔치문화로 적극 복원, 육성한다.

3.3. 모든 농토는 국유화하고 오직 농민만 농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리는 경작권에 국한되고 소유권은 자치국가에 있다.

4. 교육은 ‘백년지 대계’가 아니고, ‘인류 생존지 대계’로 바로잡는다. (인간은 본능에 기대서만은 살아남을 수 없는 생명체임을 바로 알고 다음과 같은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인다.)

4.1.1. 왜 배우는가? 살아남으려고 배운다. (배움의 목적은 삶에 있다.)

4.1.2. 왜 가르치는가? 살리려고 가르친다. (가르침의 목적은 살림에 있다.)

4.1.3. 교육의 일차 목표는 1)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먹물 말로 바꾸면 ‘개체 생존 유지 능력 배양’), 2)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상호 협동 능력 함양’)이다. (나머지는 곁가지다.)

4.1.4.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과정은 만 16세 이전에 마무리 짓는다.

4.2. 모든 특권교육은 중단한다.

4.2.1. 특권교육과 특수교육은 다르다.

4.2.1.1. 특권교육은 저만 잘살 길을 찾는 교육이다.

4.2.1.2. 특수교육은 남을 잘 살리는 길을 찾는 교육이다.

4.3. 특권을 목표로 삼는 모든 제도교육 기관을 폐쇄한다.

4.3.1. 대학입학 자격은 4.1.3.-1)의 과정을 16세까지 마치고, 2)의 과정을 그 나이에 맞게 거쳤다고 자치국가의 교육위원회가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한다.

4.3.2. 교육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과반수는 농민의 몫이다.

4.4. 모든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피교육자의 생계는 자치국가가 책임진다.

5. 기존의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은 모두 해체한다.

6. 선거권은 20~60세 사이의 남녀만 행사한다.

6.1. 피선거권은 30~70세 사이의 남녀에게 주어진다.

7. 자치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모든 기관의 임직원 가운데 과반수는 여성의 몫이다.

7.1. 결혼 제도는 폐지된다. (국가는 남녀가 만나고 헤어짐에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다.)

7.2. 젖 먹이는 일만 여성이 전담할 뿐, 그 나머지 모든 일은 여자와 남자가 고루 분담한다.

7.3. 남녀 간 어떤 일로 다툼이 생겼을 때 분쟁조정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한다.

8. 핵가족 제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 들어 있다.)

9. 모든 자치국가 국민들은 자기 삶의 시간 1/2 이상을 이웃을 살리는 살림에 쓴다.

10. 특수 영역에서 사적 소유는 존중된다. 그러나 상속은 금지된다.

11. 연방은행은 폐쇄되고, 국제 화폐, 연방정부 화폐는 폐지된다.

12. 각 자치국가는 저마다 자체 도량형을 따로 만들 권리가 있다.

13.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공동체에서 쓰는 입말은 모두 그 공동체의 표준말로 존중받는다.

13.1. 외래어 교육은 권장되고, 각 자치국가의 국민은 제 나라 말 밖에 한 가지 이상의 외래어를 익힐 의무가 있다.

14. 온 국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60세 이상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본인의 뜻에 따라 안락사가 허용된다.)

15.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의 궁극 책임은 국가에 있다.

16. 아메리카 합중국 원주민이 지녔던 제반 권리는 존중되며 최우선으로 회복시킨다.

윤구병 농부철학자
윤구병 농부철학자
서력 2015년 9월18일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사령관 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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