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 이해(5)

확정기여형, 근로자가 운용…주식 직접투자는 안돼
[한겨레 특집] 퇴직연금| 궁금증 문답풀이
한겨레 김수헌 기자기자블로그
? 확정기여형, 근로자가 운용…주식 직접투자는 안돼




‘퇴직연금, 그것이 알고 싶다.’ 국내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이미 4년이 넘었고 가입자 수와 적립금 규모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제도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제도의 정의에서부터 종류, 투자방법, 수령방식, 유의할 점까지 ‘퇴직연금의 모든 것’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 퇴직연금 제도는 퇴직금 제도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존 퇴직금 제도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장부상으로만 퇴직금을 적립했습니다. 기업이 도산할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죠. 또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자유롭게 중간정산할 수도 있어 장기적인 노후자금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해온 게 사실입니다. 이에 반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퇴직금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아 안정적인 노후설계가 가능하고, 기업들이 외부 금융기관에 퇴직금을 적립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도 한층 강화됩니다.

■ 퇴직연금 제도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크게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퇴직계좌(IRA)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확정급여형이란 회사가 해마다 예상 퇴직급여의 60% 이상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운용기관과 상품을 선정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퇴직 때 근로자가 받을 연금액수(월 평균임금×근속연수)는 사전에 결정돼 있고, 만일 운용을 잘해 퇴직금을 주고도 돈이 남는다면 그 돈은 회사 수익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확정급여형에서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의 수준은 기존 퇴직금과 같습니다.





이와 달리, 확정기여형에서는 회사가 퇴직급여 부담금(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해마다 한 차례 이상 근로자의 계좌에 적립하고, 근로자는 금융회사도움을 받아 자신의 책임하에 운용기관과 상품을 선정해 적립금을 운용하게 됩니다. 기업의 부담금은 사전에 결정되지만,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퇴직급여 부담금 전액을 외부에 적립해야 하므로 설령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습니다. 게다가 확정기여형에서는 근로자가 추가로 자금을 적립할 수도 있고, 이 경우 추가 적립금은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습니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금 중간정산이나 이직 때에 받은 퇴직금을 본인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한 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직장 이동이 빈번해지는데다 비정규직 증가, 연봉제 확산 등으로 퇴직금이 정작 노후자금으로 쓰이지 않는 사례가 많다 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 퇴직일시금의 80% 이상을 개인퇴직계좌에 넣어야만 과세 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10명 미만 고용사업장인 경우엔 개인퇴직계좌(기업형)를 설정해 운영할 수 있습니다.


? 퇴직금 및 유형별 퇴직연금(DB형·DC형) 특징 비교
확정급여형 연금액 ‘월 평균임금×근속연수’
가입기간 10년·55살이상 돼야 받을 수 있어

■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임금인상률이 투자수익률보다 높고 도산위험이 적으며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일반적으로 확정급여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반면 임금인상률이 투자수익률보다 낮거나, 이직이 많고 구조조정이 활발한 중소기업·벤처기업 등의 근로자는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게 적합해 보입니다.

■ 한 회사에서 퇴직금제,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나요?

한 회사에서 다양한 퇴직급여 제도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제,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등 3가지를 모두 설정한 뒤 근로자가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근로자 개인은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가운데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퇴직일시금을 받았다면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개인퇴직계좌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시점 이전에 발생한 퇴직금에 대해서는 중간정산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퇴직연금에 합산하게 됩니다. 퇴직연금에 합산할 경우엔, 과거 전체 근무기간을 소급해 한꺼번에 사외 금융회사에 적립하면 기업에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최장 5년에 걸쳐 분할 납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퇴직연금 투자 상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은행 예금, 금리확정형 보험, 금리연동형 보험, 국공채, 주가지수연계증권(ELS)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주식·회사채·펀드·실적배당형 보험 등 실적배당형 상품이 있습니다. 확정급여형은 상장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고, 주식 편입 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채권은 투자적격 등급 이상이라면 투자가 가능합니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근로자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투자 대상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는 없고, 펀드도 주식 편입 비율이 40% 이하인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 퇴직연금 운용·지급 흐름도
적립금 보관 금융사 망해도 퇴직연금은 ‘안전’
천재지변 등 긴급자금 필요땐 담보대출 가능

■ 만일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퇴직연금 사업자)가 도산하면 어떻게 되나요?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회사의 퇴직급여 부담금을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관하고 있는 금융회사가 도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설령 금융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납부하는 부담금은 금융회사 자체의 재무상태와 분리된 별도의 계정으로 운영됩니다. 또 금융회사가 중간에 퇴직연금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관련 규정에 따라 다른 사업자에게 업무와 적립금을 그대로 이관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퇴직금은 안전합니다. 이와 함께 확정기여형과 개인퇴직계좌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경우 1명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습니다.

■ 퇴직연금은 언제, 어떻게 받나요?

퇴직연금은 퇴직할 때 연금과 일시금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일부는 연금으로, 나머지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시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 연금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됩니다. 만일 연금으로 받으려면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나이가 55살 이상이어야 합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받는 기간은 최소 5년 이상입니다. 5년·10년·15년·20년 등 다양한 기간을 직접 선택해 받을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연금도 가능합니다. 다만 종신연금 지급은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보험사만 가능합니다.

퇴직시점에서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근로자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퇴직일시금을 개인퇴직계좌에 넣으면, 개인퇴직계좌 가입기간과 상관없이 55살 이상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개인퇴직계좌에 넣는 경우, 퇴직하지 않더라도 55살 이상이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이 금지되는데,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찾을 방법이 있나요?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그 밖에 천재·사변 등 세 가지 사유에 한해서는 중간에 퇴직금을 찾을 수 있는 중도인출과 담보대출이 가능합니다. 확정기여형에서는 개인별로 계좌가 있기 때문에 계좌에서 자신의 적립금을 찾는 중도인출과 계좌의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담보대출 모두 가능합니다. 확정급여형에서는 퇴직금이 회사별로 한꺼번에 관리되기 때문에 중도인출은 불가능하고 담보대출만 가능합니다. 담보대출의 경우, 확정급여형은 예상 퇴직급여의 50%, 확정기여형은 적립금의 50% 한도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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