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들이 이제서야 …

어머니께....

기온의 교체가 상이하지 않게 아침 밤낮으로 세상의 변화처럼 기온이
비교적 규칙적이지 않네요

오늘은 몹쓸 감기로 일주일 이상 내리지 않느라 따스한 봄바람 한번 마주하지 못하게
오늘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으로 봄향기 마시러 나갔습니다

목련, 개나리 주변에 피어난 민들레 향기가 흐드러지게 피는 거리를 상상하였는데
어느새 녹음의 향기가 살랑이고 있었습니다.

집 나설때 간편한 복장에 몇장의 지폐이지만...
어린 아이 어머니 손자들을 데리고 뭐라 맛있는 것 사줄까 하여 무엇을 먹을까
물어보니 글쎄 큰아이가 집에 가 엄마가 해준 김치찌게에 참치를 건져 먹자고 합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뽈록 튀어나온 제 배꼽마저 닮은 것이 불만인데 흔하디 흔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입성까지 꼬옥 저를 닮았으니 이를 어쩔까요?

여하튼 집에 와 김치찌게에 참치를 넣고 찌개를 펄펄 끓이고 있자니, 냄비 사이로 흘러
내리는 김과 국물흘리는 모습을 보니 홀로 계실 어머니의 얼굴이 아른 거립니다.


어머니!

변변한 동무 하나 없던 서울 한복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언제나 유일하게 친구인 아들이 친구이자 제 전부였던 제가 어머니곁을 
잊지않고 멀리 타향에서 지내는 불효자 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열 살이었던 저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그리고 어떻게 마음을
받아야 살아가야 할지 지금은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데
지금 사정이 좋지 않아 어머님을 혼자 두고 멀리 이곳에서 살아가는
불효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갈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도 없는 사실 아닌 사실의 세상이 이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어머니!!

어릴적 생각나세요 남부럽지 않고 살아가는 그때의 그시절 말입니다
어느 순간 어디서 부터인지 몰라도 저는 그때 삶의 준비를 해야했고
먹고살기 위한 저는 일당백 돈을 벌기 위한 포대나르고
 게를 졌던 어린마음 잊지는 못하지만 어머니의 그동안 보이지 않게 힘들었던
것을 이제는 알고 있는 것 어머니는 알고 있으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찌개를 끓여 제 앞에 놓아주셨지요.

어머니의 내음 같은 구수한 김치찌개를... .

세상의 전부였던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아들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남의
집일까지 해야했던 심정...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김치찌개는 어느 명약보다도 잘 듣는 훌륭한 약이었습니다.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에 차가워진 가슴을 부비며 어머니의 사랑에 얼어있는 마음을
녹이며 저는 그 시절 그렇게 많은 시련을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일궈내신 모든 것을 아들 하나 공부시키고 장가 보내느라 아낌없이 내어주신 
뜨거운 찌개의 김이 눈에 들어갔는지, 왠지 모를 눈물이 핑 돕니다.

아들에게 대접하느라 바득바득 씻은 조갯살과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던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이제 당신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아무렇게나 끓여 드시고 있는 것은
아닐지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당신의 눈에는 아직 철없고 어린 여식이지만 이젠 저도 한 아내의 남편으로 셋 아이의
아빠로 제 도리를 알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고만고만하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갑니다.

어느 때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터라 저 또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검은 피부에 참외배꼽에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도 부족해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저와 꼭 닮은 아이들은 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어느 날은 기약 없이 
할머니 집에 가자고 졸라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시지 않다는 손주들을 데리고 어머니를 뵈러 갈게요.
그때 어머니의 사랑이 더해진, 이 세상 무엇보다 맛있었던 구수한 김치찌개를
저희들에게 맛보여 주실 순 없으신지요?


어머니!
뒤늦게나마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합니다
이제 5월의 가정의 달에 두서없는 글을 드립옵니다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어버이날 찾아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

2010. 5. 7

어머니의 불효자 아들 올림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