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심 법원도 “MB 국정원의 ‘KT노조 개입·사찰 문건’ 공개하라” 판결

2심 법원도 “MB 국정원의 ‘KT노조 개입·사찰 문건’ 공개하라” 판결

유선희 기자

국가정보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KT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고 민간인을 사찰한 문건을 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13일 조 위원장 승소를 판결했다.

조 위원장은 2020년 11월과 2021년 6월 국정원에 자신에 대한 사찰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정원이 생산한 ‘KT노조 위원장 선거 관련 동향 및 전망’, ‘조태욱 KT노조위원장 후보자 특이 동향 보고’, ‘KT노조의 민노총 탈퇴 추진 관련 활동 내용’ 등 문건 14건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문건 내용들의 상당 부분을 ‘비닉’(祕匿·내용을 알 수 없게 가림) 처리해 제공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노조 개입·사찰 문건을 비공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건에 국정원의 조직·소재지·정원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문건을 통해 이를 추론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문건은) KT노조의 위원장 선거 당시 파악한 동향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활동에 관한 내용으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문건 내용이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항소심 재판에서 “관련 정보가 중대한 공익상 이유가 있어 청구가 정당하지 않고 정보를 공개한 선례가 없다”는 점을 추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보공개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에 더해 ‘정당한 사유’를 국정원 주장과 같이 엄격하게 해석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공기관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전에 위법한 정보비공개결정이 형식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이후 정보공개청구를 반복 청구로 보고 그대로 종결 처리한다는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KT노조위원장 선거는 노조원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과정으로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건전하고 깨끗한 방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진행돼야 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정보가 공개될 경우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돼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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