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국가정보원 13개 적폐청산 대상에서 빠진 ‘노조파괴 공작”

국가정보원 13개 적폐청산 대상에서 빠진 ‘노조파괴 공작’
원세훈 녹취록’에서 드러난 보수정권 민낯 … 문 대통령 부당노동행위 근절 약속, 국정원은?
  • 이은영
  • 승인 2017.08.23 08:00

▲ 전교조·공무원노조·발전노조·철도노조·금속노조·KT전국민주동지회는 22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노조파괴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KT노동인권센터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일명 ‘원세훈 녹취록’을 제출했다.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선거와 언론·노조 활동에 개입한 사실이 폭로됐다. 국정원 적폐청산TF는 13개 적폐리스트를 선정해 자체 조사방침을 밝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노조 결성을 막는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TF 적폐리스트에서 국정원의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가 빠졌다.

◇국정원 “우리가 민주노총에서 탈퇴시켜”=원세훈 녹취록에는 국정원의 광범위한 노조 개입 정황이 담겨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8월 녹취록에서 “전교조·공무원노조 같은 것들도 하나의 중간목표가 될 수 있다”며 “하나하나 회사의 노조도 우리가 관련하는 것 있지만, 그런 걸 하더라도 조금만 잘못하면 안 건드리는 것만 못하게 빼앗길 수 있다”며 노조활동에 개입하되 신중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2009년은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공무원노조를 결성한 해다. 당시 국정원이 통합공무원노조 결성을 방해하기 위해 지자체에 노조위원장 후보 징계를 요구하고, 노조 탈퇴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가 A구청이 서울시에 양성윤 위원장 후보 중징계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등 각종 기관에서 압력이 들어와 버틸 수 없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이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통합공무원노조 지도부 선출과 설립신고를 차단하려는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의 일환이었다”며 “당시 광주에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달았다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이유로 5차례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당했다. 전교조 역시 같은 이유로 2013년 ‘노조 아님’을 통보받았다.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수첩에서 드러났다.

국정원은 단위 사업장 노조선거에도 개입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부서장회의에서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작업)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했다”며 “좀 더 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박중배 노조 사무처장은 “2009년 국정원이 공무원노조 탈퇴공작을 했다”며 “승진을 미끼로 노조 탈퇴를 회유하고, 탈퇴를 많이 시킨 지자체에는 노사평화상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국정원이 2008년 KT노조 선거와 2009년 KT노조 민주노총 탈퇴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2008년 KT노조 선거 직후 민주파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표 3시간 뒤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투표를 발표했다. 결과는 민주파 후보 낙선이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2008년 KT노조 선거는 국정원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시기도 녹취록에 언급된 2009년”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2013년 철도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통해 조합원 회유 동향을 보고받았다. 유성기업·발레오만도·KEC 등 노조 파괴에 개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국정원과 대응전략을 모색한 정황도 창조컨설팅 내부문건에서 확인됐다.

◇“국정원 진상 조사해야”=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고 정부도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적폐청산TF 13개 조사대상에서 국정원 노조개입 공작이 제외됐다. 노동계는 “국정원은 노조파괴의 총본산”이라며 “국정원의 적폐청산 조사대상에 대표적 부당노동행위인 노조파괴 공작을 당장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공무원노조·발전노조·철도노조·금속노조·KT전국민주동지회는 22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조가입률 제고와 부당노동행위 척결을 언급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이 적폐청산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노조할 권리와 노조파괴 공작은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노조파괴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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