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해준 게 뭔가 …

민노총이 해준 게 뭔가 … 실리 찾겠다

올 들어 민주노총 탈퇴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노동계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도권 지하철 노조가 있다. 인천지하철 노조가 불을 댕겼고, 서울도시철도 노조가 동조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도 힘을 보탰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서울도시철도 노조 하원준 위원장, 인천지하철 이성희 위원장,
인천공항 강용규 위원장을 별도로 만났다. 이들은 강경 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한국노총에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서 전국지하철노조연맹이라는 새로운 연합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도시철도 하원준 위원장
“인천·대전·광주와 전국지하철노조 곧 출범”
제3 노총 갈 생각 없어 조합원 복지에 전념할 것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 하원준(54·사진) 위원장은 “상급단체에 미련이 없다. 우리의 실리를 찾아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3노총에 대해서는 “상급단체가 싫어서 가는데 또 다른 상급단체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국지하철노조연맹이 재건된다. 예전과 다른 건 상급단체가 없다는 것인데(하 위원장은 1998~2003년 한국노총의 전국도시철도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 지하철노조들이 민주노총으로 대거 옮기면서 연맹이 무너지자 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로 복직해
4년간 지하철을 몰았다).
“홀가분하다.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지금의 상급단체는 소수 노조 지도자만의 조직이다. 그들이 결정하면 현장조합원은 불려
다녀야 한다. 이런 것은 나라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조합원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 측면에서도 엄청난 손실만 내게 된다. 비슷한 업종,
 비슷한 근로조건을 가진 노조끼리 서로 교류하다 보면 국가와 기업, 조합원이 모두 살 수 있는 실리적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과 선을 완전히 긋겠다는 말로 들린다.
“지금 양대 노총이 하는 일이 뭔가. 선동뿐이다. 대안이 없다. 2003년 7월에 전국의 지하철이 파업을 할 때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현장에 와서 ‘여러분 뒤에 우리가 있다’고 했다. 파업이 종결된 뒤 해고자가 나오는 등 조합원이 희생됐을 때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산별연맹이든 총연맹이든 단위 사업장과의 신뢰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전국지하철노조연맹(전지연)은 언제 출범하나.
“다음 달쯤 우리와 인천·대전·광주가 뭉쳐서 출범할 것이다. 대구지하철은 하반기에 합류할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메트로노조는 우리에게 동조하면서도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내년에 들어올 것으로 안다.”

-전국지하철노조연맹이 제3노총으로 가나.
“그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전지연은 말 그대로 업종별 노조연합체이지
온갖 노조가 다 모인 상급단체가 아니다. 제3노총으로 갈 생각이 없다.”

-전지연이 출범한 뒤 뭐부터 할 생각인가.
“현대중공업이 조합원을 위한 휴양소를 건립한다고 하더라. 그런 식의 복지사업에 전념할 생각이다. 또 회사의 시설부채는 몰라도
운영부채는 생기지 않도록 경영개선에도 협력할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전국적으로 기획할 방침이다.”

인천지하철 이성희 위원장
“정치투쟁만 일삼는 민주노총은 고민해야”
파업 후 조합 만신창이 경영사정·여론도 살필 것

이성희(40·사진) 인천지하철노조위원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을 위해 노조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언론이 너무 관심을 가져 부담스럽다. 지난달에는 투표하기도 전에 보도가 나가 역풍에 시달렸다. 저를 보지 말고 우리 조합의 합리적 선택을 봐 달라.”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고민해야 한다. 노조와 조합원의 어려움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침마다 ‘살인마 이명박 정권 퇴진’이라며 정치투쟁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부결된 뒤 상당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아니다. 조합원 63.4%가 지지한 것 아닌가. 그런데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천지하철은 제명할 노조다. 임금을 삭감한 노조의 집행부를 조합원이 끌어내린 적도 있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그건 조합원에게 ‘나를 쫓아내라’고 선동하는 것이다. 처음엔 임단협을 끝내고 재투표를 할 생각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지금 정리하지 않고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투표를 서두르게 됐다.”

-상급 단체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문제가 한두 개인가. 양 노총이 마찬가지다. 이런 경제위기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는 걸 봐라. 그저 ‘투쟁으로 법 개정 저지, 총력저지, 정규직화’라는 정치색 짙은 구호뿐이다. 중장기 계획을 짜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비정규직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것 같은가. 지금은 고용의 질을 높여 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모두를 정규직화하라는데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들 가능하겠는가. 민주노총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퇴진 운동을 벌였다. 늘 정치투쟁만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상급 단체 없는 노조 연합체를 꾸리려는 것이다.”

-2003년에는 인천지하철이 유명세를 탈 정도로 극렬한 파업을 했는데.
“그건 기획된 파업이었다. 공공운수연맹(인천지하철노조가 속한 산별노조)에서도 노조 간부를 상대로 교육할 때 그렇게 소개하는 것으로 안다. 그 파업으로 해고자만 나오고 조합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들에게 연맹이 해준 게 뭔가.”

-전국지하철노조연맹이 제3노총으로 가는 발판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또 다른 정치적 논리일 뿐이다. 우리는 실리를 추구한다. 경영 사정도 보고, 여론도 점검하고, 조합원의 요구도 챙기면서 조합원과 지역,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으려 한다. 또 다른 상급 단체가 되면 이런 점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돼 현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강용규 위원장
“노동운동도 이성적인 대화와 타협이 중요”
한노총 가입해 정부와 협상
민영화 철회 이끌어 낼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하기로 10일 결정했다.

강용규(41·사진) 노조위원장은 “한국노총에 가입해 정부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인천공항의 민영화 방침 철회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대화나 협상을 거부한 채 투쟁만 외치는 민주노총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공항노조는 1997년 민주노총에 가입했으며 강위원장은 2005년 처음 임기2년의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유는.
“민주노총은 명분만 움켜쥐고 투쟁만 외칠 뿐 노동현장의 실질적인 문제해결과 개선은 등한시한다. 생산현장에 있는 노조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치투쟁만 외치다 보니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민주노총 마크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며칠 동안 200여 명밖에 못 받았다. 한 조합원의 건의로 조끼를 벗고 서명운동을 했다. 첫날에만 24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게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조직 내 정파싸움에만 몰두할 뿐 현장 노조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민주노총의 정파싸움이란 무엇인가.
“현재 임성규 위원장이 선출된 것도 정파주의의 산물이다. 현장의 단위노조에서 노조원들로부터 단 한 차례도 위원장으로 뽑힌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총연맹의 위원장을 할 수 있나. 지도부에서 이해관계가 맞는 같은 정파끼리 편을 갈라 위원장을 뽑다 보니 나온 결과다.”

-민주노총 대신 한국노총에 가입한 배경은.
“공기업의 노사문제는 사실 노정(勞政) 간의 문제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해서만 정부를 굴복시키고 설득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와는 어떤 대화도 거부한 채 협상할 틀을 갖고 있지 않다.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 접점을 찾든 판을 깨든 할 것 아닌가. 반면 한국노총은 대정부 협의회 등을 통해 이를테면 공공 사업장별 민영화 반대 논리를 정부에 설명하고 설득시키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노동운동도 투쟁도 중요하지만 이성적인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공항 내 비정규직 노조와 차별화하기 위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우리는 공항 내 비정규직 노조와 협의체를 운영하며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민주노총이 그들을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우릴 이기적인 노조로 모는 것은 아직도 민주노총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방증일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