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황창규·구현모 배상 판결! 7년 투쟁이 연 KT 불법경영 단죄의 첫걸음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74회 | 작성: 2026년 9월 18일 오후 2:01– ‘쪼개기 후원’ 주주대표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KT민주동지회의 입장
2026년 9월 16일, 수원고등법원 제11민사부는 KT 소액주주 35명이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전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황창규에게 4억5976만 원을, 구현모에게는 그중 8828만 원을 황창규와 연대하여 KT에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소액주주들이 2019년 5월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4개월 만에, KT 최고경영진의 불법경영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KT민주동지회는 KT노동인권센터와 함께 소송을 결의하고 다수의 회원들이 원고로 나선 당사자로서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 사법부의 뿌리 깊은 보수적 판결 관행에도 불구하고 7년을 버티며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 그리고 함께 싸워 온 소액주주들에게 뜨거운 경의를 표한다.
●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KT의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CR부문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11억5천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4억3590만 원은 359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쪼개져 송금되었다. 2016년 9월에는 구현모를 비롯한 타 부서 임원들까지 동원되어 자기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관련자들은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동안 황창규는 비자금 조성을 몰랐다는 논리로 책임을 피해 왔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수년간 11억 원이 넘는 비자금이 만들어지는 동안 CR부문 임원들은 대표이사와 이사들로부터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않았다. 이사들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확인·점검하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내부통제와 감시·감독을 “의식적으로 외면한 결과”로 규정하고, 비자금 조성 그 자체가 이사의 임무 해태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회의원에게 송금되지 않은 나머지 비자금도 KT의 손해로 인정했다. 그 돈이 회사를 위해 쓰였다는 황창규 측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며 배척했다. 오히려 상당 부분이 접대비, 경조사비, 택시비, 골프비 등으로 쓰였다는 관련 임원들의 진술이 드러났다. 나아가 법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KT에 부과한 제재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최고경영자가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어렵더라도 감시의무를 저버렸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둘째, KT 주주대표소송 사상 처음으로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인정했다. “보고받지 못했다”, “몰랐다”는 말로 빠져나가던 KT 경영진의 오랜 관행에 법원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 솜방망이 판결의 한계!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판결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국회의원들로부터 반환된 정치자금 1억9860만 원을 손해액에서 공제했다. 반환된 돈이 다시 비자금으로 관리·유용되었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내세워 황창규의 책임을 30%로, 구현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그 결과 이번 사건에서 청구된 86억7천여만 원 가운데 인정된 배상액은 약 5%에 불과하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책임 제한의 이유다. 법원은 두 사람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비자금 조성과 불법 후원이 KT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정치권에 불법 후원금을 뿌린 행위가 어떻게 ‘회사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불법 로비는 그 목적이 무엇이든 회사를 병들게 할 뿐이다.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사법부의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책임을 묻지 못한 사안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무궁화위성 3호 매각, 미르재단·케이스포츠재단 불법 출연, 광고대행사 부당 선정, 아현국사 화재와 통신대란은 모두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사안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쪼개기 후원 외에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임원 상여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함께 문제 삼았다. CEO가 바뀌어도 비자금 관행은 이름만 바꾼 채 이어져 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KT 불법경영에 대한 단죄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 KT와 KT노조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 소송은 본래 KT가 직접 제기했어야 할 소송이다. 소액주주들은 2019년 3월 28일 KT에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KT는 법이 정한 3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회사가 입은 손해를 회사 스스로 외면했기에, 주주들이 7년이 넘도록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싸워야 했던 것이다.
배상금은 원고가 아니라 KT로 들어간다. KT 경영진은 이 판결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박윤영 사장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박윤영 사장이 쪼개기 후원 당시 황창규 체제 경영진의 일원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박윤영 사장이 진정으로 KT 개혁을 말하고자 한다면, 이번 판결이 드러낸 내부통제의 붕괴와 KT에 쌓인 내부 적폐 청산에 대해 책임있게 답해야 할 것이다.
KT노동조합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의 불법·탈법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노동조합이 오히려 낙하산 경영진과 야합하며 그들의 불법경영에 눈감고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수년에 걸쳐 비자금이 조성되고 불법 후원금이 뿌려지는 동안 KT노조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7년의 싸움은 KT노동인권센터와 소액주주들의 몫이었다. 오는 연말에 있을 KT노조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불법 낙하산 경영진과 협조해 온 기존 어용 집행부를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 싸움은 이제부터다!
황창규·구현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재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 번째 주주대표소송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담합, 단말기유통법 반복 위반, 2021년 통신망 장애를 이유로 전·현직 임원 8명에게 572억여 원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가운데 입찰담합 건은 공정위 과징금과 담당 임원 형사처벌, KT 법인 벌금까지 이미 확정된 사안이다. 이번 판결이 확인한 감시의무 법리는 이 사건에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KT민주동지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황창규·구현모는 재상고를 포기하고 판결에 승복하라! 그리고 KT와 주주,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하라!
둘째, KT와 박윤영 사장은 즉각 배상금 회수에 나서라! 미송금 비자금의 사용처를 포함해 과거 불법경영 전반의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라! 아울러 2019년 주주들의 소 제기 청구를 외면한 경위를 밝히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전면 재구축하라!
셋째, 사법부는 불법행위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는 이유로 경영진의 책임을 깎아주는 온정주의적 판결 관행을 중단하라! 그리고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서 감시의무 법리를 엄정하게 적용하라!
넷째, 국회와 정부는 KT 민영화 이후 방치된 감시·통제의 사각지대를 재점검하라! 기간통신사업자의 불법경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에 나서라!
KT민주동지회는 KT의 불법경영 구조와 관행이 완전히 청산될 때까지 한 순간도 감시와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KT노동인권센터와 소액주주들이 7년의 투쟁으로 연 길을 조합원·시민들과 함께 넓혀 나갈 것이다. 그리고 KT의 경영 정상화와 공공성 회복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다.
2026년 9월 18일
KT전국민주동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