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믕 또는 기록합시다!!!

요즘 회사는 녹음 노이로제에 걸려 있습니다.

무리한 명예퇴직이 강요되면서 일부 직원들이 녹음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에 나서자 온갖 지침을 통해 ‘주의’를 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불법행위가 밝혀지면 현장 관리자의 ‘과욕’ 정도로 무마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러기 어려울 듯 합니다. 많은 녹취 내용 중에 “위에서 시켜서”, “단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문서가 나왔다” 등의 말이 많고, 그 중 일부는 특정인의 이름이 거명되기도 하였습니다.

녹음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기록을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일기 형식도 좋습니다.

  

일시

내용

비고

12.14일 09:35

휴게실에서 팀장 김○○와 대화

김 : 명단이 내려 왔다

민 : 무슨 명단이...

김 : 이번에... 에 명퇴자 권유대상자로 위에서 찍어 내려 왔는 데 민과장이 들어 갔어.

민 : 왜 내가??

김 : 인사고과 때문이래

민 : 아니 나는 C였잖아요. C도 해당되나요?

김 : 아마 2년 꺼를 보았나 봐. 작년에... D였지?

민 : 말도 안 돼

김 : 아마 곧 지사장 면담이 있을거야. 준비 해 둬

 

12.15일 11:30

시험실로 팀장 박◇◇가 명퇴신청서를 가져 와서 전해 준다. 지사장, 팀장 이름은 이미 기록해 두었고 내 이름만 쓰면 된다고 했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 아마 내년에는 D등급 삭감폭이 확 커진대, 퇴직금도 줄게 되고 이번이 좋은 기회야. 부인하고 상의 해보라고 했햇는 데 해 봣어? 할말이 점점 없어졌다. 그냥 쳐다 보기만 하니까 잘 생각해 봐, 여기까지 왔는데 안나가면 D 줄 수밖에 없어 그럼 3개월 교육도 가야 하고...

 

12.17일 14:06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늘도 남들은 다 현장으로 나갔는데, 갈데도 없이 사무실에 쳐박혀 있다. 담배만 축내고 이젠 목도 아프다. 번갈아 가면서 찾아 온다. 하는 말들은 독 같다. 내년에는 더욱 힘들어진다고 3년 동안의 인사고과가 안 좋다고 한다. 전화국 옮겨 다닌 것도 흉이 된다. 집에 가서도 그 말이 빙빙 돈다. 할 말이 없다. 애들 얼굴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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