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법인 ‘쪼개기 후원’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확정

KT법인 ‘쪼개기 후원’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확정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김용수 기자
  •  승인 2023.10.04 14:17

‘상품권깡’으로 국회의원 99명 불법 후원
구현모 등 임직원 형사사건 영향 불가피
황창규·의원실 관계자는 수사단계서 무혐의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KT법인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회사는 재판과정에서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정경유착 단절을 위한 입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T법인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에 대한 상고를 지난달 16일 무변론판결로 기각했다. 무변론 상고기각은 상고 내용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사항이 없어 변론 없이 항소심대로 재판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KT 관계자는 이번 확정판결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 선행판결은 같은 범죄사실로 기소된 구현모 전 대표 등 임직원들의 형사사건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며, 업무상 횡령 혐의 사건은 오는 1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KT 전직 임원 맹아무개씨 등 4명은 상품권깡으로 11억5000만원의 부외자금(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자금, 비자금)을 조성해 그 중 4억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으로 건넨 혐의로 지난 2021년 11월 기소됐다. 구 전 대표 등 임원 10명도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불법 후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KT법인은 범죄 발생 시 행위자뿐 아니라 소속 법인에 대해 형을 과하도록 정한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KT법인은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적용한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이 위헌이라며 이를 전제로 한 기소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기부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게 KT 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하급심 모두 KT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KT법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면서 “(정치자금법 해당 조항에 대한 입법은) 정치자금 수수가 부정부패와 연결됐던 과거의 통렬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벌금 1000만원이 무겁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심은 직접적 위반자인 공동 피고인들의 여러 정상 부분, 법인의 자금 운용 상황, 정치자금 기부 방법 등을 따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양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KT 측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황창규 당시 KT 회장은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99개 국회의원실 보좌관과 회계책임자 역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수사기관은 대가성을 입증할 만한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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