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단독] KT, ‘일감몰아주기’ 의혹 회사에 호텔·신사옥 물량 수의계약으로 넘겨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59회 | 작성: 2023년 7월 19일 11:59 오후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7.19 17:41
KT에스테이트가 계약 통보하는 방식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이달 준공 완료 예정인 ‘판교 신사옥’의 시설관리(FM) 업무를 FM업체 KDFS에 수의계약 형태로 배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최근 황욱정 KDFS 대표를 구속하는 등 ‘KT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KT 부동산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물량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본사 차원이 입김이 반영됐단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말엔 옛 명동 전화국 부지에 들어선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 호텔의 FM 업무가 KDFS에 배분됐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준공 완료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 신사옥’의 FM 업무를 KDFS에 배분하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옥은 구현모 전 KT 대표가 2021년 설립 계획을 발표한 곳으로, 당시 구 전 대표는 이곳에서 스타트업들과 함께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판교 신사옥은 지난해 하반기 준공, 올 1분기 중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준공 완료 시점이 지난 4월로 한 차례 지연된 데 이어 재차 연기되면서 이달 중 준공 절차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 자회사 건물 관리 KT텔레캅에서 KDFS로
통상 KT그룹 건물에 대한 FM 업무는 KT 자회사 KT텔레캅이 담당한다. 다만 판교 신사옥과 같은 신축 건물의 FM 업무는 KT에스테이트가 담당하고 있다. KT텔레캅이 기존 물량에 대해 현장 평가, 본사 평가, 고객 만족도,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매니저(PM) 평가 등 정성·정량적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등급)를 매겨 KDFS·KFnS·KSNC·Ksmate 등 4개 FM사에 분배하는 것과 달리, 신축 물량은 KT에스테이트가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물량을 배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KT에스테이트가 약 15억원에 달하는 판교 신사옥 FM 물량을 KDFS에 배분하는 과정에 본사 차원의 개입 정황이 있단 점이다. 검찰이 최근 ‘KT 일감 몰아주기’ 혐의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황욱정 KDFS 대표를 구속하는 등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KDFS에 물량을 배분한 것이다.
해당 물량 배분은 KT에스테이트 자산고객본부에서 FM사들에 결정을 통보하는데, KT 본사 그룹부동산단에서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해당 업무는 신현옥 부사장의 경영지원부문 산하 조직 ‘안전보건담당(홍진기 상무보가 총괄)’에서 담당했지만, 최근 검찰 조사로 담당 임직원의 ‘배임수재’ 혐의가 불거지면서 그룹부동산단으로 이관됐다. 그룹부동산은 박종욱 KT 대표이사직무대행 사장이 총괄하는 경영기획부문 산하 조직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초 신축 물량 배분 업무는 신현옥 부사장 밑의 홍진기 상무가 담당했다. 그룹부동산단으로 업무가 넘어간 것은 2개월이 채 안 됐다. 홍 상무가 뒷돈을 받았단 소문이 나면서 업무가 바뀌었다”며 “판교 신사옥 물량을 KDFS에 주는 결정은 홍 상무가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신축 건물이니까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전부 KDFS의 눈치를 보던 상황이니까 새로 지은 건 다 갖다 바쳤을 것”이라며 “심지어 KT텔레캅이 평가를 해서 물량을 배분한 것 일부가 KDFS로 넘어간 것도 있다. KT텔레캅이 A업체에 물량을 줬는데, A업체를 압박해 KDFS로 물량을 넘기게 하는 방식이다. 그 압박을 한 것이 홍 상무였고, 검찰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KT에스테이트 “운영 효율 강화 차원에서 배분한 것”
또 다른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그룹 차원의 신축 건물은 KT에스테이트에서 공사 관리감독을 다 한다. 준공될 때, KT에스테이트에서 건물관리 인력을 준비하라고 통보한다”며 “판교 신사옥 FM 업무에 40명 정도가 필요하니까 금액이 연간 15억원은 될 것이다. 이런 건물들이 몇 개가 쌓여서 100억원이 되는 것이니까 절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KT에스테이트 담당자들이 ‘본사에서 KDFS에 물량을 배분하라’ 했다고 얘기하더라”며 “특히 ‘아직 신현옥 부사장이 건재하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판교 신사옥 물량 외에도 KT와 KT에스테이트는 지난해 11월 개관한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 호텔의 FM 물량도 KDFS에 배분했다. 당시 남중수 전 KT 대표가 KT 본사 임직원 등에 수차례 골프 접대를 한 것으로 조사된 시기와 겹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황 대표는 2021년 남 전 KT 대표의 아내를 회사 고문으로 허위 기재한 뒤, 매달 300만~400만원의 고문료와 법인카드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송파 호텔의 경우는 송파 전화국에서 재건축하면서 KSmate로 업무가 배분됐다. 그간 호텔 물량은 전부 KSmate에서 다 했는데, 명동호텔부턴 KDFS로 넘어갔다“며 ”KT에선 KDFS가 명동 전화국을 관리했기 때문에 호텔 물량도 준 것이라고 하겠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재건축 건물들을 다 기존 업체들에게 주진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판교 신사옥 및 명동 호텔 물량 배분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지목된 KT에스테이트 임원은 ”해당 업무는 나와 관련이 없다. 홍보실을 통해 연락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명동호텔의 FM 업무는 해비치란 위탁 경영사가 있는데 그 업체에서 선정했다. 선정 권한이 없다”며 “판교 신사옥 건은 KDFS가 해당 지역에서 KT 빌딩을 여러개 관리하고 있어서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배분한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황 대표와 함께 김무련 KDFS 전무(전 KT텔레캅 상무), 홍진기 KT 상무보, 이승환 KT 경영지원실 안전운영팀장 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들 3명에 대한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이 중 홍 상무와 이 부장의 구속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윤재남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배임수재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부분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들 3명에 대한 구속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