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대법 “KT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직원들 패소 확정

대법 “KT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직원들 패소 확정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3.05.24 15:20

임금 총액 측면서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 지급
고령자·준고령자 많은 KT 내부 사정도 함께 고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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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KT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정년 연장형인 KT의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KT 전·현직 직원 2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19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KT는 2015년 2월 노사 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사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6세부터 만 59세까지 4년 동안 임금을 매년 10%씩 삭감해 정년 직전인 만 59세에는 임금을 60%만 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고,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애당초 1072명이 참여했으나, 1, 2심을 거치면서 원고 숫자가 230명으로 줄었다.

쟁점은 KT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인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의결 없이 사측과 임금피크제를 합의한 것이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고 이를 무효로 볼 수 있는지 등이었다.

하급심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정년 연장’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며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임금 총액 측면에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이 지급된 점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밀실 합의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총회 미의결의 일부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은 나아가 KT의 직원 중 고령자, 준고령자의 비율이 높아 정년 연장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들보다 더 큰 상황이었다며 KT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사 합의가 밀실에서 이뤄지는 등 노조 대표자의 대표권 남용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사 상생협의회 개최 사실과 협의회 일시, 위원구성, 결과 등은 모두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지됐고 그 협의 결과에 대한 세부 내용도 홈페이지의 자료실에 게시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하는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관련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면서 나이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 관련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본다.

대법원은 ‘정년 보장형’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할 기준으로 ▲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제시했다. KT 사례처럼 ‘정년 연장형’의 임금피크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으나 대체로 그 기준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정년 연장이 있더라도 임금 삭감 폭이 크고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대상 조치가 없는 경우라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하급심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부장판사 정회일)는 KB신용정보 전·현직 근로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KB신용정보의 임금피크제는 업무 성과에 따라 기존 연봉의 45~70%를 받도록 설계됐는데, 저성과자라면 기존 연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재판부는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만55살 이후 받을 수 있는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고 손해의 정도가 작지 않다”며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그런데도 피고가 선임직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줄이는 등 불이익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마련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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