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검찰, KT 전·현직 경영진 수사 탄력···KT “증거없다”며 내부 단속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36회 | 작성: 2023년 5월 19일 10:07 오전검찰, KT 전·현직 경영진 수사 탄력···KT “증거없다”며 내부 단속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5.17 10:51
KT 내부 “검찰, 증거 상당량 확보···수사 막바지 예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검찰이 ‘일감몰아주기’, ‘보은성 투자’ 등 구현모 전 KT 대표, 신현옥 현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을 비롯한 KT 전·현직 경영진의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 임원진은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또 검찰 수사를 ‘증거 없는 수사’, ‘경영권 흔들기’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KT 내부에선 검찰이 수차례 참고인 조사 등으로 상당한 수준의 증거를 이미 확보한 데 이어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탓에 수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윤리경영실장 부사장은 최근 내부 임원진 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 수사는 관련 증거도 전혀 없고 KT의 경영권 흔들기에 불과하다. 동요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단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구 전 대표가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FM) 업체인 KDFS(대표 황욱정)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KT텔레캅이 FM업체들에 대한 품질평가 기준을 매년 변경하고 KDFS에 계약 내용에 어긋나는 ‘일감 몰아주기’를 했단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부터 이대산 전 KT에스테이트 대표와 장지호 현 KT텔레캅 대표, 당시 FM 업무에 관여한 실무진들, FM사 임원진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구 전 대표와 신현옥 현 KT 경영지원부무장 부사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내부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혐의의 핵심은 본사 ‘신 부사장-경영지원실장 D 상무-안전보건총괄 E 상무-안전운영팀 F 팀장’으로 이어지는 지시 체계다. 또 검찰은 전날 공정거래법위반(거래상지위남용)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 KT텔레캅 본사, 협력업체 및 관계자들의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검찰은 구 전 대표가 친형인 구준모씨가 설립한 회사 에어플러그를 회사를 비싼 값에 인수한 H사에 보은할 목적으로, 계열사 KT클라우드를 통해 H사 회장 동서 P씨의 회사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지분 100%를 206억8000만원에 인수해줬단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혐의와 관련 장상귀 현 KT 법무실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바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장 전무는 KT클라우드의 중소기업 인수와 관련 구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것에 대해 한 KT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신 부사장의 일감 몰아주기 등 개입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 수사망이 좁혀 오자 신 부사장이 구 전 대표와 거리두기 하려고 한단 얘기가 많은데, 구 전 대표 못지않게 신 부사장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KT 임직원들이 검찰에 여러차례 출석해 관련 증거를 제출한 상황에서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수사는 사실상 막바지일 것”이라고 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검찰이 이권카르텔의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했고, 뒤늦게나마 임원들이 범죄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수사가 급진전하는 분위기”라며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정권의 과도한 개입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곯을 대로 곪은 KT 내부 이권카르텔에도 있음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 전 대표는 최근 진행된 본인의 ‘업무상 횡령’ 혐의 관련 1심 공판기일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표 취임 첫해부터 일감몰아주기 본격화했는데, 본사 차원의 관여가 없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KT도 구 전 대표 등에 대한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KT 관계자는 윤리경영실장의 발언에 대해 “임원들에게 검찰 수사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