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단독] 사퇴한다던 구현모 전 KT 대표, 사내이사직 유지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16회 | 작성: 2023년 5월 2일 11:55 오후[단독] 사퇴한다던 구현모 전 KT 대표, 사내이사직 유지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5.02 14:41
통신업계 “사외이사·CEO 인선 영향력 행사 우려”
KT “사내이사직만 유지하는 것···활동은 안 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전 KT 대표가 지난 3월말 대표이사(CEO)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법인등기상 KT의 CEO직은 물론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위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로 임기가 끝났다. KT는 구 전 대표가 차기 대표 선임 전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일뿐 실제 이사회 활동은 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2일 현재 KT 법인등기부에는 구 전 대표가 KT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구 전 대표와 비슷한 시기 사의를 밝힌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과 김대유·유희열 전 KT 사외이사는 법인등기상 각각 지난 3월 27일과 28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KT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사회 구성은 임기가 남은 김용헌 사외이사를 포함해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 등 총 4명이다. 이는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의결 정족수·3명)를 결한 경우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상법 제386조를 따른 것이다.
◇ KT “이사회 구성은 사외이사 4인뿐” 공시
KT는 지난 3월 주총 결과를 공시하며 “권리의무가 유지되는 사외이사 3인을 포함해 총 4인의 사외이사로 이사회 및 이사회내 위원회가 구성된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1인은 이사회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홈페이지 이사회 소개 내용과 다르다. KT 홈페이지는 “KT의 이사회는 총 5인(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법인등기뿐만 아니라 이사진 소개란에도 구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표시했다.
일각에선 구 전 대표가 여전히 KT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KT 이사회 정관상 이사회 산하 위원회인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등에 사내이사 1인(구 전 대표)이 속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 속한 것은 사실 차기 대표이사 결정에 관여하겠단 것 아니겠냐. 구 전 대표는 앞서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 몇 차례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데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면 박종욱 대표이사직무대행 체제가 성립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KT 정관에 따라 지배구조위는 사내·외 대표이사후보자군 중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는 사외이사후보의 주총 추천과 사외이사 후보군 검증·자격심사 등을 담당한다. 현재 KT는 두 차례 임시 주총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차기 CEO 선임을 계획하고 있다.
◇ “신임 대표이사 선임돼야 등기변경이 가능해 임시방편일 뿐”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향후 임시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할 텐데, 이 때 무조건 사외이사후보추천위가 작동하게 돼 있다. 사외이사 충원 후 대표이사를 뽑을 때 지배구조위도 가동되는데, 그때도 사내이사는 구 전 대표뿐이다. 사실상 지배구조를 구 전 대표가 짜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법 전문가들은 KT의 등기변경 지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구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 수행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단 입장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KT는 전임 대표가 사의를 밝혔기 때문에 직무대행이 대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표만 바뀌었고 사내이사는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신임 사내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 전 대표가 본인이 회사를 나가겠다고 밝히고 사내이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통상적으로 말이 안 된다. 다만 사내이사직 활동 여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것은 양심에 맡겨야 한다. 만약 활동 중이라면 사회적 비난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했다.
한 변호사는 “사내이사가 바로 대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만 사임한 것인지 사내이사직도 사임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사내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면 각종 위원회에 들어가서 사내이사로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T는 구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 유지에 대해 신임 대표 선임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 중인 것에 불과하단 입장이다. 또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이지만 실제 사내이사로서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KT 관계자는 “등기소 실무는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돼야 등기변경이 가능하다”며 “정관상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구 전 대표는 현재 사내이사로 (지배구조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등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