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진=KT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진=KT

[이코리아]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의 ‘쌍둥이 형 불법 지원’ 의혹과 관련해 KT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달 7일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KT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하루 만에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구 대표가 쌍둥이형인 구준모 대표에 대해 불법적인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구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9년 9월 구 전 대표의 친형인 구준모 대표가 운영했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에어플러그’의 지분 16.84%를 36억 원에 사들였다. 그런 뒤 2021년 7월 나머지 지분 82.48%를 245억 원에 인수했다.

KT의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인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의 지분 100%를 206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2021년 9월엔 당시 현대차그룹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윤 사장이 KT로 재입사했는데, 이 역시 구 전 대표 친형에 대한 불법지원과 연관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2019년 KT에서 나와 현대차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윤 사장은 에어플러그 인수 건이 완료되자 부문장으로 재입사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KT 이사회 측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에 있어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달 초 전달했다. 현대차가 사실상 윤경림 대표 내정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KT와의 자사주 교환 통해 KT 지분 7.8%를 보유해 국민연금에 이은 2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이는 KT 측이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할 것을 우려해 현대차를 2대 주주로 만들어 주주총회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KT 측은 지난달 10일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밝힌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해 시민단체 고발 건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KT는 쌍둥이 형 불법지원과 관련해 ‘윤 사장이 현대차-에어플러그 인수 이후 모종의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KT에 재입사했다’는 주장과 ‘구현모 대표가 현대자동차에 지급 보증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기업 비리의 본보기로 KT를 대대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일 KT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는 “KT와 대형 금융지주사 같은 국민기업의 이권 카르텔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이란 국정철학 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반드시 척결돼야 할 부조리”라고 말했다.

검찰은 기업의 부당지원 행위와 이를 통한 사익편취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적극적으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 법인뿐만 아니라 총수·임직원 등 개인 책임까지 추궁하겠다는 기조를 굳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한 시그널은 이미 지난해 대대적인 검찰 조직개편 이후부터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3월 21일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를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서울중앙지검 내 최대 부서인 경제범죄형사부와 같은 규모로 개편한 것이었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총수나 대표이사까지 구속하거나 기소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에서 고발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구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됐는데, 이 부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수사를 전담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면서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사건을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 성격을 가진 공정거래조사부에 바로 배정했다는 것은 확대 조사하겠다는 선포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발 조치된 구현모 전 대표를 비롯, 윤경림 사장에 대해 여권이 그간 반발해 왔기 때문에 사건 검토 후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강도 높게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달 10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조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구 전 대표 등이 KT 이사회 장악을 위해 대표적 친노계 인사인 이강철 전 사외이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윤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