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 이권카르텔-上] 남중수·이강철 입김에 흔들리는 KT?

[KT 이권카르텔-上] 남중수·이강철 입김에 흔들리는 KT?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3.21 16:37

남중수 전 사장, 구현모 대표 연임 지원 의혹
이강철 전 이사 야권 인사 영입 배경으로 전해져
왼쪽부터 윤경림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와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왼쪽부터 윤경림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와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이사회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KT 차기 CEO 후보로 결정했다. 윤경림 후보자는 이에 화답하듯 이달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이권 카르텔’을 비난했다. 구현모 현 대표와 윤경림 후보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이들 뒤엔 ‘KT 장기 집권’을 꿈꾸는 자들이 있단 게 KT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2편에 걸쳐 KT 내 ‘이권 카르텔’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조명하고, 이들이 그리는 주총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KT 이사회가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결정한 지난 7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틀에 걸쳐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은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을 저격했다.

윤 후보자는 후보 확정 다음날부터 ‘지배구조개선TF’를 발족하고,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을 추진하는 등 빠르게 체제 정비에 나섰다. 정치권과 통신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결정의 뒤에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 / 사진 = 연합뉴스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 / 사진 = 연합뉴스

◇ 이강철 전 사외이사,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선임

대표적인 진보정권 인사로 꼽히는 이 전 이사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내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남 전 사장 선임과 함께 KT와 연을 맺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새 정부 ‘코드인사’가 필요했던 황창규 전 회장 체제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구 대표 취임 후 연임에 성공했다.

이 전 이사는 구 대표의 선임 과정에도 기여했다. 2019년 12월 차기 CEO 후보 심사 당시,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이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을 앞서자 이 전 이사가 재투표를 추진한 끝에 구 대표가 선임될 수 있었단 일화는 통신업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유명하다. 이 전 이사는 구 대표 임기 중인 지난해초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산하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올린 구 대표의 ‘2021년 CEO 경영목표 평가결과’를 뒤엎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는 지난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현직 사외이사 신분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3월 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KT그룹 내 민주당계 인사를 채용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KT스카이라이프엔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을 지낸 김용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사외이사로 지난해 3월 신규 선임됐다. 이 전 이사는 지난 1월 자진사임했지만, 현재까지도 KT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 당시 KT 임원을 지낸 A씨는 “이 전 이사가 노무현 정부 ‘왕수석’으로 실세로 여겨질 당시, 남 사장을 적극 지원하며 KT와 연을 이어갔다”며 “이 전 이사는 현직 사외이사로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한 데 이어, 작년 대선이 끝나고도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를 KT 자회사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힘을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중수 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남중수 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 불명예 퇴진 남중수, ‘구현모·윤경림’ 등 지원

남 전 사장은 KT 내부 출신 중 대표가 된 인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부터 KT를 이끌었다. 2007년 12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11월 납품업체로부터 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런 그의 이름이 통신업계에 다시금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경부터다. KT 내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선배와의 대화’라는 명목으로 일종의 내부 단속 차원의 교육을 하면서다. 당시 KT 임원들 사이에선 남 전 사장의 등장이 구 대표의 연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정권 교체로 집권당이 된 국민의힘을 비롯해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약한 구 대표의 정치적인 후원자가 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최근 1년간 경기고 인맥을 활용한 남 전 사장 중심의 정치권 줄대기는 ‘유력 정치인’부터 ‘관료 출신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까지 계속됐다. 최근엔 임승택 법무법인 화우 고문과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각각 사외이사와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내정했다가 “일면식도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에 내정을 철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남 전 사장은 현재 검찰이 구 대표와 윤 후보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 중인 ‘KT 일감몰아주기’ 혐의에도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가 KT텔레캅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시행하면서 알려진 것으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업체 KDFS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KDFS의 대표는 황욱정 전 KT 자산경영실장이다. 황 대표는 남 전 사장의 측근으로, 남 전 사장의 ‘옥바라지’를 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간 KT텔레캅은 미화·경비보안 등 시설관리 사업 물량을 연 단위 수의계약으로 전직 KT 출신들이 대표로 있는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업체에 분배해왔다. 하지만 KDFS의 거래액이 2016년 45억원 규모에서 2021년 49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일부 업체에서 물량 배정 관련 KT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관련 남 전 사장을 겨누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DFS의 자회사 KDFJ(2019년 설립) 등을 통해 남 전 사장이 여권 로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KDFS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DFS는 KDFJ 외에 2010년 8월 분할한 한주피엠씨에도 지분 약 20.25%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DFS의 자회사 KDFJ에서 남 전 사장에게 카드를 줘 사용하게 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며 “남 전 사장은 KDFJ 직원들에게 식사까지 사주고 갔다. 이유 없이 남의 회사에 밥까지 사주고갈 명분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작년말 공정위에서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가 나오자마자 황 대표가 KDFJ를 KDFS와 합병시켜버렸다”며 “황 대표가 KDFJ 관련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단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T 임원들에 따르면 일감 배분 업무를 지시받은 임원 B씨는 재무제표상 문제를 제기하고도, 이를 지시한 부사장급 임원 C씨로부터 질타를 받은 뒤 계열사로 사실상 좌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 “일감몰아주기 의혹 사실 아니야”

황 대표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당한 경쟁을 거쳐 KT그룹의 물량을 확보한 것이며, 절대금액이 상승한 것은 인건비 증가 영향이란 설명이다. 또 KDFS와 KDFJ의 갑작스러운 합병과 관련해선 기존 KDFJ의 시설관리 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본사로 사실상 업무를 이관한 것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KDFJ도 독립법인이지만 본사에서 감독하고 있다. 공공기관 물량을 확보할 때 자회사를 가지면 입찰 확률이 2배 높아지다 보니 100% 자회사를 만든 것”이라며 “그간 미화와 경비 사업만 입찰하기 위해서 일부 하도급을 했는데, 지난 2년간 실효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물량만 원도급에서 하고 KDFJ는 앞으로 시설관리 업무 보다는 다른 ICT 업무를 하면 좋지 않을까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 전까지만 해도 4개 업체 중 규모가 가장 작았다. KT의 물량이 늘어난 것도 있고,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매출, 절대금액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이것을 일감몰아주기라고 나쁘게 소문이 났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KT가 엄정한 평가를 통해서 선정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작년 12월 조사를 나와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갔다. 검찰에서도 곧 나오겠지만,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사실이 아니다. 용역업체가 비자금을 만들고 어떻게 이것을 정치자금화 하겠냐”고 했다.

한편 남 전 사장은 퇴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KT동우회’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출마해 21일 선출됐다. KT동우회에 활동 중인 KT 임원들에 따르면 황 대표가 남 전 사장을 추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KDFS는 회사소개서에 KT 퇴직자들을 채용하며 KT동우회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직 KT 임원은 “남 전 사장이 동우회 회장을 하면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동우회 회장 사무실이 KT 건물 내에 KT 대표 사무실처럼 돼 있다. 동우회 회장은 상근직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도 사실상 비서 업무를 보는 직원 2~3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구현모, 윤경림 등은 남 전 사장이 본인의 CEO 시절 키웠던 사람들 아니냐”며 “KT는 전화국 시절부터 현재까지 온 국민기업이다. 선진적인 경영환경이 아닌 상황에서 학연 등으로 연결된 이권 카르텔이 KT를 지배하는 것은 거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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