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 이권카르텔-下] 송경민 KT SAT 대표, 전례없는 ‘파격인사’ 배경은

[KT 이권카르텔-下] 송경민 KT SAT 대표, 전례없는 ‘파격인사’ 배경은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3.24 09:53

이사회, 윤경림 사장 CEO 후보 ‘사의’ 수용여부 이르면 24일 가닥
“송경민 CEO 직무대행 등 고려한 고속 승진”
송경민 KT SAT 대표 / 사진 = KT
송경민 KT SAT 대표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이사회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KT 차기 CEO 후보로 결정했다. 윤 후보자는 곧이어 이달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이권 카르텔’을 비난했다. ‘KT 장기 집권’을 꿈꾸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KT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2편에 걸쳐 KT 내 ‘이권 카르텔’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조명하고, 이들이 그리는 주총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윤경림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하며 낙마 가능성이 높아졌다. KT는 공식 발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윤 대표 선임이 제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KT 내에서 송경민 KT SAT 대표가 주목받는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올해 KT 주총은 윤 후보자가 지명한 사내이사 2인의 신규 선임의 건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올해 주총에서 KT 사내이사 후보로 지명된 송 대표는 1992년 KT로 입사해 2005년말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남중수 전 사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다. 남 전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된 직후, 송 대표는 KT 미국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황창규 전 KT 회장 시기인 2015년 말 상무로 승진하며 비서실 그룹경영단장을 맡으며 사실상 본사 요직으로 복귀하게 된다. 2018년 말엔 전무 승진을 통해 김인회 전 KT 사장의 후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구현모 현 KT 대표는 내정자 신분으로, 송 대표를 KT SAT 대표로 선임했다.

◇ 전무에서 사장급으로 ‘파격인사’

송 대표의 경우 본사 직급 기준 전무다. 즉 전무급 임원을 부사장 승진 없이 사장급으로 선임하는 것은 ‘CEO 직무대행’ 등을 위한 고속 승진에 해당한단 분석이다. 실제 통상 KT 사내이사는 본사 직급 기준 사장이 맡는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무급 임원이 부사장을 건너 뛰고 사장급으로 승진한 사례는 KT 역사상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의 자녀가 미국에 유학을 갔던 시기와 송 대표가 미국법인장을 맡은 시기가 겹친다”고 말했다.

올해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등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 모두 지난해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 및 ‘깜깜이 경선’에 관여한 인물들로,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지적한 이권 카르텔 세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윤 후보자가 후보자 확정 후 ▲대표이사 선임절차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가이드라인 등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하겠다며 ‘지배구조개선TF’를 발족하고도, 정작 그간 지적을 받아온 이사진들에 대한 재선임을 강행하면서 KT 내부에서도 “허울뿐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란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해외 주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만큼,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총 이후 이사회는 김대유·유희열·김용헌 등 사외이사 3인과 2명의 신규 사내이사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윤 후보자의 사퇴가 받아들여질 경우, 신규 사내이사 선임건은 자동 폐기된다. 이후 임기가 만료된 구 대표를 대신해 정관상 직제규정에 따라 선임 경영진인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이 CEO 직무를 대행할 전망이다.

다만 직무대행의 경우 법원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강 사장이 구 대표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탓에 직무대행 신청 거부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직제상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이 CEO 직무를 대행해 차기 CEO 공모 절차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직무대행 승인에만 통상 2주가 소요되고 CEO 공모에 1개월여가 걸리는 만큼, 오는 5월까지 경영공백은 불가피하다.

◇ 대통령실 “구현모 등 이권 카르텔 비위 수사는 지속”

윤 후보자의 사퇴 또는 주총 주요 안건의 부결 여부와 관계없이 이권 카르텔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T를 이권카르텔이 지배하는 것은 거악으로 보고 있다. 끝까지 수사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고발된 사안에 대한 수사는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수사할 것이다. 사외이사가 문제가 아니라 카르텔이 문제”라며 “시간을 벌면 무마되지 않을까 하는 건 대통령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구 대표는 3년간 자문계약(약 19억원)을 체결한 법무법인 화우와 주총 이후 사법리스크 대응에 돌입했다. KT 내부에 따르면 지난 17일과 22일 법무실과 화우 변호사들이 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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