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처분의 발단은 통신 3사가 지난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받을 때 부과된 이행 조건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주파수 할당 대가로 6200억원을 낸 만큼 정부가 이를 다시 회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정부가 주파수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 한 채 할당한 측면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통신사에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할당 때 이행조건 충족 못해

지난 18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통신 3사의 5G 주파수 할당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3.5GHz 대역은 통신 3사 모두 90점대를 기록한 반면 28GHz 대역은 SK텔레콤이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가 27.3점으로 저조한 수준이었다. 2018년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연도별 망 구축 목표를 이행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28GHz 대역의 경우 기지국 등 망 구축 상황이 당초 목표의 10%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5G 서비스용 주파수는 크게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으로 구분된다. 3.5GHz 대역은 LTE(4세대이동통신)의 4~5배, 28GHz은 LTE의 20배까지 빠르다. 앞으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열리거나 고도화된 증강현실(AR)·메타버스 서비스처럼 초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때는 3.5GHz보다는 28GHz 대역이 더 낫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대역은 고주파 대역으로 도달 거리가 짧고 직진성이 강해 신호가 빌딩과 같은 장애물에 쉽게 가로막히는 단점이 있다. 3.5GHz 대역보다 전파 도달 거리가 10~15% 수준에 불과해 기지국을 3.5GHz 대비 6~7배는 더 설치해야 한다. 전국 서비스를 위해선 20조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도 지난 2020년 28GHz 대역을 일반 국민 서비스용보다는 기업용(B2B)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부는 ‘5G 특화망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말부터 기업 시설이나 사옥에 사용할 수 있도록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도 28GHz 대역의 5G망을 기반으로 로봇 자율주행이 가능한 신사옥을 건립했다.

◇“이행 조건 못 지킨 건 맞지만…”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이 상용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신업체에 투자 부진의 책임을 묻는 게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GHz 대역에 대한 투자를 하려면 자율주행차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면서 “필요도 없는 망 투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실제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5G 스마트폰 역시 국내에는 3.5GHz 대역용만 출시돼 있는 상태다.

통신 3사는 지난 2018년 정부의 5G주파수 경매 때 3.5GHz과 28GHz 대역을 각각 2조9960억원과 6223억원을 내고 할당받았다. 이번에 28GHz 대역이 회수되거나 사용 기간이 줄더라도 이미 정부에 낸 비용을 일부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놓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지상파 UHD(초고화질) 시대’ 개막을 명분으로 지상파 3사에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주파수 대역(700MHz)을 무료로 지원했다. 대신 지상파 3사는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UHD 방송 콘텐츠를 제작·편성해야 하지만, 정부는 지상파 3사가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편성 비율을 낮추고 전국 서비스 일정을 늦춰주기도 했다.

☞주파수

데이터가 지나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주파수 대역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 5G용 주파수는 3.5㎓ 대역(3.42~3.7㎓)과 28㎓ 대역(26.5∼28.9㎓) 두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