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KT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訴 항소심… 근로자 측 “밀실합의·차별”

KT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訴 항소심… 근로자 측 “밀실합의·차별”

최종수정 2022.10.12 16:22 기사입력 2022.10.12 16:22

KT 노동인권센터 관계자가 지난 7월1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연령차별 KT 임금피크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2015년 도입된 KT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둘러싼 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근로자 측과 회사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12일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KT 전·현직 직원 약 700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근로자 측 대리인은 “근로자 모르게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 근본적 의문”이라며 노사가 밀실에서 체결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유효성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직원 수천명이 퇴출당하고, 남은 직원은 임금이 깎였다. 반면 48명의 임원진은 퇴직 후 3년간 새로 근로계약 체결하며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임금 410억원을 가져갔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의와 형평에 맞는지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사측 대리인은 임금피크제 합의 과정상 절차 위반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노조 안에서 일어난 문제의 책임을 사측에 묻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또한 정년연장이 함께 이뤄진 점, 감액 비율 등에 비춰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될 정도로 근로자 측에 불이익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달 23일을 다음 변론기일로 잡았다.

소송 대상이 된 KT의 임금피크제는 대다수 기업이 2016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임금체계를 개편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이는 일정한 나이부터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 연령을 늘려주는 것이다. 일정한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같지만,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은 ‘정년보장형’, 정년 이후 일정 기간 재고용하는 방식은 ‘고용연장형’이라고 부른다.

당초 이 사건 원고로 참여한 근로자 측은 1300여명이었지만, 지난 6월 1심 패소 이후 수백명이 항소를 포기했다. 또한 1심은 한 재판부가 이들 사건을 모두 심리했지만, 항소심에선 두 재판부가 소송제기 시점별로 각각 700여명과 130여명의 심리를 맡게 됐다. 130여명에 대한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 심리로 오는 28일 열린다.

2015년 KT는 노사합의를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깎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KT 근로자 측은 “밀실에서 체결된 임금피크제 탓에 임금이 10~40% 강제로 삭감됐다”며 제도 시행으로 깎인 급여를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근로자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조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노사합의가 무효가 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이므로,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판시했다. “명시적인 업무량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옛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보장형(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기존 정년이 늘어나지 않은 방식이었고, 업무 내용이 변경되거나 업무량이 감소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는 한편 ▲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할 기준들로 제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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