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쓰러진 KT서비스 노동자…중대재해법 이후 부담 가중 왜?

[앵커]
최근 KT 전화나 인터넷을 개통해주고 사후 관리를 하는 자회사 노동자가 아프다고 보고했는데도 일하러 가다가 쓰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오히려 업무가 더 과중해진 탓에 병을 얻었다며 산재 신청할 예정이라는데요.

기업의 안전책임이 강화됐는데도 노동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가 뭔지 이준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운전자가 차를 갓길에 세운 채 화단에 갑자기 주저앉습니다.

운전자는 KT 전화나 인터넷을 개통·AS 하는 자회사 직원 김 모 씨입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러 가다가 연신 구토가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119신고를 한 겁니다.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이곳 잔디밭에서 쉬던 김 씨는 결국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김 씨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전정신경세포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 모 씨 / 사고 당일 119신고 녹취 : 어지럽고. 막 토 나오고. (아 구토 나오세요.)]

김 씨는 지난 1월 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로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안전을 위한 2인 1조 작업이 늘어나면서 원래 단독 작업을 하던 경우에도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결국, 회사에서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게 인력 충원을 해야 하지만 충원 없이 근무량만 늘렸다고 호소합니다.

[김 모 씨 / KT서비스 북부 직원 :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서 업무가 과중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아프게 됐는데) 저에 대한 조치가 서운하고….]

격무에 더해 지원이나 파견근무도 많아졌고 지원 간 곳에서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도 빚어졌습니다.

당일 김 씨는 원래 근무하던 서울 서대문지점이 아니라 은평지점으로 지원 근무를 나와 있었습니다.

김 씨는 점심시간부터 이미 구토를 반복해 지원 나온 곳 지점장에게 몸 상태가 안 좋다고 설명했었습니다.

그러나 근무가 조정되기는커녕 지점장의 면박을 들어야 했다고 하소연합니다.

[김 모 씨 / KT서비스 북부 직원 : (사무실에서 쉬는 모습을 보고) 모뎀 다 반납하고 당장 원래 근무하던 서대문으로 가든가, 여기 보기 안 좋으니까 차 안에서 쉬어라….]

심지어 어떤 직원은 김 씨가 몸이 안 좋아 차에서 쉬는 모습을 도촬해 조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모 씨 / KT서비스 북부 직원 : 잠이나 퍼 잔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차 안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걸 찍었더라고요.]

지점장은 김 씨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KT서비스 북부 은평지점장 / 사고 6일 뒤 통화 : 내가 그날 가입자랑 안 좋은 일 있어서, 그래서 나도. 미안해.]

KT서비스 측은 김 씨가 단순히 체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인력 충원이 이뤄지고 있고 노동자들의 파견 근무가 늘어난 것도 코로나 확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현재 업무상 스트레스 소견을 받아 산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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