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 구현모 쪼개기후원 재판서 ‘불법영득의사’ 입장차···“국회의원 이익” vs “회사 이익”

KT 구현모 쪼개기후원 재판서 ‘불법영득의사’ 입장차···“국회의원 이익” vs “회사 이익”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2.05.11 17:41

구현모 대표 등 KT 임직원 10인 ‘업무상횡령 혐의’ 두 번째 공판기일
판례, 불법영득의사 증명 요구···회사 이익 위하면 불법영득의사 불인정
구현모 등 사내이사 제외한 6명 결심 진행···구현모 대표 등 추가 심리
구현모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회삿돈을 횡령해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데 쓴 혐의로 기소된 KT 임직원들의 재판에서 업무상횡령죄의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재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 등 10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허 판사는 이날 구 대표와 박종욱 사장, 강국현 사장, 김영술 CR부문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한 결심까지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정치자금법상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을 회피하려고 임원의 명의를 빌려 후원하기로 한 행위는 회사 이익이 아닌 기부를 받는 상대방(국회의원)을 위한 행위로 보인다”며 “형사상 범죄 수단으로 하기 위한 행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최후 논고에서 ‘기부를 받는 상대방’을 언급한 이유는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요건 때문이다.

횡령죄는 타인(KT)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구현모 등)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횡령의 고의 이외에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 없이 재물을 처분하는 의사인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증명이 요구된다.

대법원 판례는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 취지에 반해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횡령을 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는 경우 검찰이 간접사실 또는 정황증거에 따라 이를 증명해야 한다.

이 같은 법리에 맞춰 피고인들은 오직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행위였다며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했다.

한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소액의 정치자금을 아무런 친분이 없는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했다”며 “(이는) 오로지 회사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정치자금 의사결정이나 후원금 조성에 가담한 사실 자체가 없다. 업무지침이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CR부문의 요청을 받아 회사를 위해 한 행위였다”며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가담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업무상 관행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직 임원인 이아무개 피고인도 발언 기회를 얻어 “회사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행위가 죄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정치자금법 위반뿐만 아니라 업무상 횡령죄와 연결되는 것 또한 이번 기소를 통해 알게 됐다”며 “회사의 이득을 위한 행위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허 판사는 오는 6월22일 속행공판을 열고 증인 3명을 불러 구 대표 등에 대한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구 대표 등 역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구 대표 등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같은 법원은 형사1단독(김상일 부장판사)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구 대표 등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약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00만~300만원씩 나눠 국회의원 후원회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한 사람이 1년동안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를 500만원으로 하고,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2016년 9월 자신의 명의로 회사돈 1400만원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쪼개기 기부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서울고법은 최근 황창규 전 KT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타당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0부(배광국 조진구 박은영 부장판사)는 황 전 회장을 불기소한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KT노동인권센터가 제기한 재정신청을 지난 지난 6일 기각했다. KT노동인권센터는 이번 불법 쪼개기 후원 사건의 정점으로 황 전 회장을 지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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