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광화문 사옥 앞 조형물. /IT조선
KT의 광화문 사옥 앞 조형물. /IT조선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 알뜰폰 가입자 빼앗기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판매점에 신규 가입자 유치 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기존 이동통신(MNO) 이용자보다 알뜰폰(MVNO) 이용자에 더 얹어주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관계 파악 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KT 판매장려금 선전물. /독자 제공
KT 판매장려금 선전물. /독자 제공

16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 등 유통망 등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선전물을 배포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이용자를 KT 가입자로 유치하는 경우 39만원, 알뜰폰을 유치하면 47만원을 주는 게 골자다. 알뜰폰 이용자를 새로 받을 경우 8만원을 더 지급하는 것이다.

대상 단말은 4세대 이동통신(LTE) 기준 갤럭시A12, A32, X커버5 등 보급형 제품과 5세대 이동통신(5G)은 갤럭시S21 5G 등이다.

판매장려금은 가입자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한다. 지역별로 판매점을 관리하는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전달된다. 지급 한도 제한은 없지만, 과도하게 책정될 경우 불법 보조금의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0만원 수준을 권장한다.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팀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판매장려금) 편차가 큰 편이다”라며 “상생 차원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도 “정권 교체기라는 어수선한 틈을 타 알뜰폰 고객을 타깃으로 한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입자별 장려금을 차별화하는 것은 이용자 차별 유도와 다름없다”라고 했다.

현행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에 따라 통신사는 모든 이용자에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특정 가입자만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이는 이용자차별행위로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그래픽=이은현
그래픽=이은현

KT가 알뜰폰 가입자를 타깃으로 한 배경은 기존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이탈하는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통신산업 경쟁 활성화와 통신요금 인하 목적으로 2010년 9월 도입된 알뜰폰은 2012년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뒤 10년 만인 지난해 11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자급제폰이 인기를 끌며 통신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수요가 급증한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KT의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수 증가 추세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비교해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가 전년보다 각각 60만명, 40만명가량 증가한 것과 달리, KT는 8만명을 밑돌았다. 앞서 2020년에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가입자 수가 줄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장려금을 더 준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라며 “(알뜰폰 가입자 뺏어오기로) 보일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봐야 할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을 차등 지급한 사실이 없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