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한달 지나면 사라지는 ‘이상한 상품권’ 파는 KT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83회 | 작성: 2021년 12월 26일 2:36 오후-
한달 지나면 사라지는 ‘이상한 상품권’ 파는 KT
- 박일경 / 기사승인 : 2021-12-25 12:08:55
개정된 지 1년 넘은 표준약관 무용지물…권고 그쳐
B2B, 약관적용 배제…90%까지 환불 조항도 무력화
피해구제 사각지대…손 놓은 공정위 “강제방법 없다”
그러나 조 씨는 상품권을 손에 쥘 수 없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달이 휙 지나가버렸고, 상품권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실제 지불된 근 20만 원의 물권이 한 달만에 증발한 것이다.
알고 보니 상품 자체가 한달안에 오프라인 매장서 상품권으로 교환하지 않으면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지게 설계된 상품이었다.
신세계상품권 유효기간은 5년인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무슨 이런 상품이 다 있나, 주식시장의 옵션(일정 시한내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같은 걸 상품권으로 팔다니! 조 씨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이 상품을 판 업체는 KT알파, 해당 상품은 ‘기프티쇼'(모바일 상품권)라는 것이었다. KT알파는 KT가 지분 70%를 보유한 KT자회사다. 공룡기업 KT가 사기성 있는, 이런 장사까지 한 단 말인가.
조 씨는 화가 나 KT알파에 항의했다. “상품권 매매 때 설명문구에 다 써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달이면 어, 하다가 기한 넘기는 일이 다반사일텐데 시한 임박하면 안내문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다른 모바일 상품권은 그러지 않느냐”고 따지자 “기한내 바꾸지 못할 경우 그 기한내에 다섯번까지 연기할 수는 있다”고 했다.
결국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한달이란 기간이 지나가버리면 내 휴대폰의 모바일 상품권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 100% ‘낙전’은 고스란히 KT알파의 수입이 되는 거다. 조 씨는 “이쯤 되면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실수, 망각을 노린, 날로 먹는 고수익상품 설계가 아닌가 의심된다”며 혀를 찼다.
어떻게 이런 상품이 버젓이, 그것도 KT라는 굴지의 대기업집단에서 팔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조 씨는 인터넷을 뒤졌다. 비슷한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교환기간 한달짜리, 기한 임박해서도 안내문자조차 없는 모바일 상품권. KT계열사가 이런 상품으로 장사하는 게 공정한가. 당장 모바일 상품권 표준약관은 유효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 이렇게 개정된지 1년이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新)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품권 종류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유효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했다. 신유형 상품권이란 일정한 금액이나 물품 또는 용역의 수량이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 있거나 전자정보가 기록돼 있다는 것이 기재된 증표로서 ‘금액형’ 또는 ‘물품 및 용역 제공형’으로 구분된다.
약관이 개선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업계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의무 사항이 아니기는 하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후 상품권에 관한 사항은 표준약관을 준수하도록 정부가 유도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이다.
공정위도 문제가 있다고는 보고 있다. 그러나 강제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세계상품권과 관련해서는 공정위에 접수된 민원이 적지 않게 있기는 하나, 모두 B2B(기업 간 거래)로 파악하고 있으며 공정위가 모든 업계를 강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닌, B2B 거래에서는 모바일 교환권을 문자나 SNS 메시지로 ‘수신한 자’는 약관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 표준약관을 적용받는 양당사자는 상품권을 구매한 자와 발행한 자이다. 권고에 그친 약한 규제력을 가진 표준약관에서 또다시 기업 간 거래는 피해구제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표준약관 개정 작업이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고 공정위는 이 부분 업계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환권마다 ‘상세설명’이 있다. 여기엔 사용 제한, 할인 유무, 잔액 반환 유무, 사용 기한 등 다양한 규정들이 적혀 있다”면서 “이를 꼼꼼하게 읽고 선택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조 씨는 “함정을 파놓은 듯한 상품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약관 꼼꼼히 읽으라는 건 면피성 설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피해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UPI뉴스 / 박일경·곽미령 기자 ek.par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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