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5일 발생한 KT의 전국 유·무선 통신 장애의 여파가 2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상인들이 KT에 추가 피해보상 등 대책을 재차 요구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이동통신 3사의 통신장애 손해배상 관련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서’가 접수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6개 소상공인·시민단체들은 9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현모 KT 대표에 면담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KT가 피해보상 전담 지원센터 운영 종료 일주일이 지나도록 실제로 접수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이에 대한 추가보상안은 무엇인지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피해를 본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들이 자체적으로 피해 실태를 조사해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가맹위원장은 “경기도 소재 편의점 62곳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사고 당일 통신장애가 발생한 2시간 동안 하루 매출의 약 40%(줄었고, 그로인해) 5만1000원의 손실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KT는 사고 한 달이 넘도록 피해실태조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 어디로 피해접수를 하라는 안내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사고 발생 이후 KT 구현모 대표이사가 국회와 언론에 전국 통신망 장애에 대해 사과하고 적극적인 보상책과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약속한 만큼 피해 신고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복되는 KT 통신장애에 대해 국회와 정부에도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은 “국가기간사업자인 KT가 한 달 사이 통신 장애를 3번이나 일으켰는데도 정부나 국회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3년 전 아현국사 화재 때도 정부는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KT 통신장애에 대한 입장을 공개질의한 결과도 밝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디지털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안정적인 통신망 마련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단체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KT 방지법이 최대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KT가 30일까지 지원센터를 운영해 피해상황을 접수받고 있는만큼 그 내용을 보고 후속대책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밝혔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디지털 전환’이 가능해지려면 끊기지 않는 안정적인 통신망은 기본이고 2~3년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통신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동통신 3사의 통신장애 손해배상 관련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는 “이동통신 3사가 적용하고 있는 통신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과 범위가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약관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손해배상 관련 약관을 살펴보면 배상 기준을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월정액과 부가사용료 8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통신사와 협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소한 연속 10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30분을 초과한 경우로 개정하고, 단순 통신요금 감면이 아닌 직·간접적으로 실제 발생한 손실을 제대로 보상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