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데일리] [30대그룹 코로나 결산] 통신으로 뭇매 맞은 KT, 탈통신은 계속된다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99회 | 작성: 2021년 12월 8일 10:19 오전[30대그룹 코로나 결산] 통신으로 뭇매 맞은 KT, 탈통신은 계속된다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2.07 17:07
- 쪼개고 합치는 탈통신, KT스튜디오지니 수직계열 완성
- KT 인터넷 ‘수난사’, 속도 저하 논란에 전국망 먹통까지
- ‘개점휴업’ 4년 케이뱅크 부활, 올해 첫 흑자 전환 기대
- 구현모와 KT 경영진 검찰 기소, 주가와 ESG 악재 계속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KT에게 올해는 유난히 뼈아픈 한 해였다. 탈통신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수록 본업 통신에서의 허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역경을 뚫고 KT는 내년에도 탈통신을 이어가려 한다.
■ Good: 구현모식 탈통신 성과 일단 합격점
구현모 대표가 강조한 ‘디지코‘ 전환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초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미디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며 탈통신 전환에 힘을 쏟았다. KT스튜디오지니 출범 이후 흩어져 있던 콘텐츠, 플랫폼 계열사들을 한데 모아 미디어 역량을 결집시켰다. 올해에만 스토리위즈, KT시즌, 지니뮤직, 미디어지니(구 현대미디어) 재배치를 완료했다. KT스튜디오지니 지배력은 지분 22%를 가진 스카이라이프TV와 지니뮤직이 인수한 밀리의서재까지 닿는다.
회사 설립 이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짜여진 신규 미디어 전략의 새판에서 KT스튜디오지니 역할은 막중해졌다. KT스튜디오지니를 앞세운 수직계열화 끝에는 중간지주사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KT는 콘텐츠 유통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KT알파와 KT스카이라이프 몸집을 키워 KT스튜디오 양옆으로 지원사격을 맡겼다. KT는 지난 7월 KT엠하우스와 KTH를 합병해 KT알파를 출범했고, 지난 9월 KT스카이라이프의 HCN(구 현대HCN) 인수를 완료했다.
탈통신은 실적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KT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38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B2B 부문이 성장한 공이 컸다. KT 매출의 39% 비중을 차지하는 B2B 관련 신사업이 분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올해 KT 누적 매출은 18조2744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302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이다.
■ Bad: 탈통신에 한눈 판 사이 본업 관리 실패
KT는 탈통신 전환 선언 후 1년 동안 본업 통신 부문에서 유독 많은 허점을 남겼다. 올해 4월 IT 유튜버 ‘잇섭‘ 폭로로 초고속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가 드러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KT는 정부 인터넷 품질조사 결과 최저 보장속도 미달 2만4221건이 적발됐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K텔레콤 86건, LG유플러스 1401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KT의 부실한 본업 운영은 전국 유무선 인터넷 마비 사태를 낳으며 또 다시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0월 KT 전국 모든 회선이 1시간 가량 마비되며 대대적인 인터넷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3년 전 아현지사 화재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들였던 노력도 결국 헛수고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KT는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 통신이 끊기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KT는 처음에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며 초기 원인 진단에 실패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진짜 원인이 협력업체에게 맡긴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설정 오류로 밝혀지면서, 인터넷 이용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벌어진 중요 작업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국에서 피해 호소는 넘쳐났지만 KT는 1인당 1000원, 소상공인에 8000원 꼴로 돌아가는 일괄 보상안 지급안만 꺼내 소비자 불만까지 키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결국 지난 1일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보호 평가에서 KT에 2개 등급을 강등시키는 심의도 의결했지만 KT 통신 품질은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KT가 유무선 설비 투자를 줄이며 통신 시설 노후화에 안일한 대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LTE 상용화 이후 2012년부터 매년 설비투자비(CAPEX)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올해 3분기까지 KT 누적 설비투자비는 1조4648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조짐이다. 지난해 투자한 2조872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 New: 아픈 손가락 ‘케이뱅크’ 부활
적자 늪에 빠져있던 케이뱅크가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거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순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흑자를 이어가면서 3분기 누적 순이익 8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4분기까지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첫 흑자 성과를 달성하게 된다.
케이뱅크가 회복세를 탄 배경에는 지난해 6월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 제휴 성사로 이용자 확대 기회를 만든 계기가 컸다. 주춤했던 코인 시장이 다시 가열되면서 업비트 계좌 개설 등 케이뱅크에 몰린 가입자가 지난해 219만명에서 올해 3분기 기준 660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말 기준 누적 중저신용자 신규 신용대출도 4650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배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 1호로 문을 열었지만 그간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KT에게 있어 ‘아픈 손가락‘ 신세였다. 경영 악화로 행장 또한 자주 바뀌며 4년여 간 사업 운영이 순탄치 못했다. KT는 과거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되자 지난해 자회사 BC카드를 활용해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됐다. 지분 획득 후에도 증자를 제때 하지 못해 자본력 부족으로 대출조차 제대로 내주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한 바 있다.
■ Concerned: 주식 시장에 번지는 구현모 리스크
구현모 대표는 KT 현직 CEO 활동 중 처음으로 검찰에 기소됐다는 오점을 남겼다. 지난달 검찰은 구현모 대표 포함 KT 전현직 임원 14명이 4년 간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총 4억3790만원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인정했다. 경영진이 직접 연루된 사법 리스크는 이후 재판을 통해 혐의를 확정할 때까지 KT 주가에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남게 된다.
뇌물 거래에 엄격한 미국 증시에서 해당 사건 조사에 나서 KT가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국내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2019년부터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를 조사 중에 있다. SEC는 불법 로비 혐의 외에도 각종 경비가 회계상 적정하게 처리됐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회계 부정 적발시 수 천억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되고,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제재까지 받게 된다.
KT CEO 리스크는 단순 주식 시장에 들이닥칠 부정적 영향보다 이후 이어질 ESG 강화 정책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KT가 ESG 강화를 본격화하며 기업윤리 경영도 추구하고 있는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까지 처해진다면 최근 준법지원 조직까지 강화하며 ESG 강화 정책을 펼치던 기업 쇄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T는 2016년 국내 통신사 최초로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립하고 지난해 준법감시 강화를 위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재편한 바 있다.
KT CEO 사법 리스크는 4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4명에 걸친 KT CEO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퇴진 압박에 시달리거나 실제 불명예 퇴진하는 등 흑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첫 대표로 취임한 이용경 사장을 제외한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사장, 황창규 전 회장 모두 해당된다. 지난해 취임한 구현모 대표 또한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 적용으로 CEO 리스크 선례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