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KT의 현대HCN ‘우회인수’ 의혹… “과기정통부, 독립 경영 보장해야”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인수한 현대HCN에까지 지배력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 노동자들은 정부의 심사와 관리감독이 부실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 KT스카이라이프 우리사주조합,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 등은 지난 1일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기정통부에 KT의 우회인수 문제에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과기정통부의 부실 심사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인수주체 스카이라이프가 HCN의 인수잔금을 치르던 날, HCN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고 이사회 4자리 중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3자리, 그리고 감사까지 KT 현직 임원들로 채워버린 것”이라며 “위성방송 자본을 사용한 KT의 케이블방송 우회 인수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과기정통부가 거대 통신사의 눈치를 보느라 시장 질서 훼손에 침묵하며 행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본사가 자회사가 인수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 사업자의 성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경쟁 관계인 KT의 자회사로 편입돼 ‘KT스카이라이프’가 된다. 이후 KT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KT는 스카이라이프와 공동 결합상품을 출시해 이용자를 늘렸고 스카이라이프 약정 기간이 끝난 이용자들에 KT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영업하는 등 가입자 빼내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카이라이프 노동자들은 인수 이후 KT에 이용자를 빼앗기게 됐다며 여러차례 반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올해 KT스카이라이프가 또 다른 경쟁 사업자 현대HCN을 인수했는데, HCN마저 KT 출신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반발이 커진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노동자 입장에선 KT가 자신들의 돈을 쓰지 않고 ‘우회 인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인수합병 심사 과정에서도 우회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과기정통부는 명료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해야 할 (스카이라이프와 HCN) 두 사업자 모두 그 어떠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없이 KT의 착취 대상으로 밥상 위에 올려진 것”이라며 “스카이라이프는 3000억 원의 유보금을 사용하고 2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HCN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KT가 차지했다. 재주는 자회사가 부리고 과실은 KT가 취했다. 이는 명백한 기업 우회 인수 행위이며 정부와 언론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과기정통부장관에게 묻는다. 위성방송의 독자적 생존을 위해 인수한 HCN 경영권을 KT가 강탈해 간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며 “KT 방송자회사들의 독립경영 방안을 마련해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공공성을 보호하고 공정 경쟁의 토대를 확립시키는 것이 규제기관으로서의 마지막 책무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