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데일리] KT 구현모 ‘횡령’ 부담됐나…불성실공시법인 ‘불명예’ 기로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73회 | 작성: 2021년 11월 23일 5:58 오후KT 구현모 ‘횡령’ 부담됐나…불성실공시법인 ‘불명예’ 기로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22 15:50
구현모 대표 횡령 연루 부담, KT 현직 CEO 첫 사례
“대기업에선 흔치 않아”…의도적인 공시 지연 가능성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KT가 구현모 대표가 연루된 횡령 혐의 공시를 미루다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처지에 놓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공시불이행을 이유로 KT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KT가 지난 4일 검찰에서 드러난 구 대표 포함 주요 경영진의 횡령 혐의를 2주 간 미루다 지난 17일까지 공시를 지연했다는 이유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벌점, 공시위반제재금의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며 “추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여부 등 그 구체적인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구현모 대표, 맹수호 전 사장 포함 관련 KT 임원 14명은 검찰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4년부터 4년 간 ‘상품권깡‘으로 총 4억379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다.
KT는 서울중앙지검의 해당 공소제기 사실을 다음날인 5일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를 미룬 것에 대한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KT 측은 “KT는 추후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을 경우 관련 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며 “상기 혐의발생 금액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추후 법원의 판결에 의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면 벌점과 공시위반 제재금이 부과된다. 벌점이 높거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누적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제재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상장사에게 해당 사안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인해 부과 벌점이 8점 이상이면 매매거래 정지가 발생한다. 2년 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면 상장폐지 실질검사 대상으로 분류되고 상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는다.
이번 KT의 늑장 공시는 앞서 회사에서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발생했을 때 취했던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아직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현직 CEO가 연루된 횡령 건이었기에 KT 입장에서 공시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경영권을 잡으면서 지난해부터 AI 기업 전환과 함께 탈통신 전략에 강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향후 B2B 중심 탈통신 비중을 50%까지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B2B 매출 비중은 1년 전과 같은 11%에 그쳐 내년 남은 임기까지 탈통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더해진 구 대표 등 KT 경영진 사법 리스크는 경영 불안을 야기하는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본업 통신 부문에서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과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 사태까지 불거졌기에 KT에 대한 국민 신뢰는 크게 추락한 상태다.
지금까지 KT는 지난 2001년 전신 한국통신에서 KT로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을 선언한 이후 최근 발생한 불법정치자금 위반을 포함해 총 4번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 시기적으로 각각 지난 ▲2016년 5월 ▲2017년 5월 ▲2018년 4월 ▲2021년 11월에 발생했다.
약식기소지만 현직 CEO로 부임하고 있으면서 횡령 혐의가 인정된 건 KT 출범 이후 구현모 대표가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현직 대표가 엮인 횡령 혐의 공시가 나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된다면 KT는 추가로 불명예 오점을 남기게 된다.
이전 3건의 횡령 혐의에 대해선 KT가 확인 직후 즉각 해당 공시를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해당 3건은 모두 이석채 전 사장의 횡령 혐의 판결에 대한 공시였다. 이 전 사장이 앞서 2012년에 사퇴하고 황창규 전 회장이 이미 KT를 이끌던 터라 당장의 CEO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대처였다.
회사 CEO가 연루된 횡령 관련 공시는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CEO 횡령 발생 관련 공시가 조금만 미이행 되더라도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철저하다. 경영진 부정으로 인해 발생한 리스크가 주가 변동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경쟁사 SK텔레콤에서도 확인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최태원, 최재원 SK그룹 오너 형제의 횡령 의혹을 부인했다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가 최태원 회장 횡령 혐의 관련 공시를 요구했지만 SK텔레콤이 허위로 답한 결과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KT처럼 큰 기업에서 공시를 미루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사실은 발생하지 말아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현직 CEO는 회사 경영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본인이 직접 연루된 거라면 의도적으로 공시를 지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후 투자자들과 시장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라든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KT에 묻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T는 앞서 지난 2014년 한 차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적이 있다. KT가 지난 2012년 3월 현금배당정책 공정공시 후 주당배당금의 20% 이상을 변경해 현금배당을 결정한 것이 드러나 2014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400만원의 공시위반제재금이 부과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