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딸 결혼식 2주 만에 父 극단선택…”젊은 팀장이 못살게 군다”

딸 결혼식 2주 만에 父 극단선택…”젊은 팀장이 못살게 군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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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가해자가 사죄하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최근 딸 결혼식을 치른 50대 직장인의 아들 A씨였다. A씨는 부친이 국내 3대 통신사 중 한 곳에서 30여 년을 넘게 몸담아왔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지난 15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딸 시집보낸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 게 정말 의문이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만 가진 채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집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내용도, 평소 아버지가 불만을 토로하실 때도 항상 특정 인물만 지목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월경 나이 어린 팀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아버지에게 인격모독성 발언을 하고,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춰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해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씨는 아버지가 평소에 ‘회사에 젊은 팀장이 한 명 왔는데 나를 너무 못살게 군다’, ‘출근하는 게 너무 지옥 같다’, ‘나를 너무 못 살게 군다, 나이도 어린데 너무 화가 난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이야기해 소위 ‘왕따’ 분위기를 만든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힘들어했다고 전하며 이 같은 내용이 유서에도 담겼다고 했다.

그는 또 “‘도대체 (팀장이) 어떤 사람이길래 아버지를 이렇게 괴롭히는가’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고, (아버지께서는) 가끔 밤에 혼자 우는 모습을 보이시기까지 했다”며 “유서가 발견된 시점에서 그동안 아버지께서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도 할 수가 없다”라고 슬픔을 표했다.

특히 “(아버지께서) 떠난 날 아침에도 팀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아버지께서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아 집 앞까지 쫓아왔다. 아버지 어디 있느냐 왜 전화를 꺼놓았냐’며 화를 내는 전화도 받았다”면서 “아버지께서는 지난달 29일 딸 결혼식을 앞두고 30년 근속 안식년을 받으셔서 이달 15일 출근을 앞두고 있었는데, 휴가를 다 사용하시고, 다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두려움 등으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지사장과 문제의 팀장, 다른 직원을 대동해서 온 자리에서 ‘아버지 가시는 길에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팀장은) 입을 꾹 다문 채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사람 인생을 망가뜨리고, 유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놓고, 뻔뻔하게 또 다른 피해자를 찾아 갑질 할 그 팀장을 상상하니 너무 분하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오늘도 회사라는 울타리 안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분들이 저희 아버지처럼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며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진심 어린 사죄”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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