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보다 비싼 5G, 통신망 먹통에 분통
이용자 500명, 17일 이통3사 고소 예고
국회입법조사처, 국감 이슈로 ‘5G’ 꼽아
국내 3대 통신사 중 KT가 5G 관련 피해 신고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 신고 건수도 늘어났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요금을 내고도 되려 통신 피해 경험만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통신 3사가 정부에 약속한 28㎓ 5G 기지국 구축 이행 현황도 저조한 상황이라 올해 국정감사의 또 다른 화두가 될 전망이다.
4일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국내 통신 3사 5G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199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5G 상용화 첫해보다 오히려 피해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통신사별로 확인해보면, KT 피해 현황이 총 602건으로, 통신 3사 중 31%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SK텔레콤이 567건으로 28.4%, LG유플러스가 545건 집계되면서 전체 피해 사례 중 27.3%로 나타났다.
이 같은 품질 불만 문제는 그간 5G 사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면, 갤럭시 S20을 1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김모씨(30)는 불안정한 5G 서비스 탓에 5G 켜놓고 사용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5G를 사용하더라도 LTE로 전환되는 경우가 허다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많다는 설명이다.
해당 글에서 김씨는 “5G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1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5G를 켜놓고 사용했던 적은 손에 꼽힌다. 5G 대신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지난 6월 30일부터 일부 커뮤니티에선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2차 모집중’이란 공고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5G 가입자수는 올해 5월 말이 돼서야 158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통신업계가 예상한 ‘2020년 말까지 5G 누적가입자 1500만명 달성’이라는 목표를 5개월이 지나서야 달성한 셈이다. 가입자가 늘고 있지 않다는 것은 5G로 이동하는 수가 적을 뿐더러, 5G를 이용하다 LTE로 돌아가는 가입자 역시 많다는 의미다.
실제 LTE 폰으로 리턴하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LTE 가입자 수는 5116만 984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5092만 392명) 대비 24만 9451명 늘었다. 2019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반등세를 보였다.
반면 5G 가입자 증가폭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5월 5G 가입자는 1584만 1478명으로 전월(1514만 7284만명) 대비 69만 4194명 늘었다. 하지만 그 증가폭을 보면 지난 1월 102만명에서 2월 79만명, 3월 81만명, 4월 67만명으로 매달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통신 업계 관계자는 “LTE처럼 5G 통신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내년쯤 돼야 한다”며 “기지국을 계속 짓고 있지만 지금도 부족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통신 3사, 5G 기지국 구축 미이행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정부에 28㎓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을 총 4만 5000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실제 구축된 기지국은 125개에 그쳤다. 사실상 연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지난 2018년, 과기부는 통신 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했고, 통신 3사는 총 4만 4000개의 28㎓ 5G 기지국을 올 연말까지 구축 해야한다. 하지만 통신 3사는 2019년 첫해부터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가 구축하겠다고 밝힌 28㎓ 5G 기지국은 2019년 총 5269개였다. 지난해에는 1만 4042개를 구축했어야 했고, 올해는 2만 5904대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3년 연속 기지국 구축 계획 달성은 ‘미달’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주파수 할당 당시부터 기술 수준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민들이 5G에 실망하게 된 배경에는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이통사가 28㎓ 대역에서의 속도를 홍보한 것과 달리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과기부가 무선국 구축 현황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기부는 매월 말, 통신 3사로부터 무선국 구축 현황도 보고 받고 있는데, 계획 이행을 하지 않은 통신 3사를 3년 넘게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통신 3사에 3년 차 망 구축 의무를 부여했고 내년 4월까지 실적을 제출 받아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도 “통신사에 망 구축을 독려하는 행정지도,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5G 28㎓ 추진 방향 문제를 주요 국감 이슈로 꼽았다. 앞서 지난해 국감에서는 5G 상용화 한계 인식과 전략 수립에 관련된 내용이 국감 주제로 떠오른 바 있다. 현재 과기부는 통신 3사의 기지국 의무 구축과 관련 “기한까지는 두고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책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17일, 500여명에 달한는 5G 이용자들이 이통 3사를 상대로 추가 소송에 나선다.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5G 집단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1500명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 소송도 예고돼 있어 소송 참여자 수는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