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단독] “우리회사 주식 팔지말라고요?”…KT 직원들의 익명 성토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03회 | 작성: 2020년 12월 11일 3:02 오후■”다시 동의로 고치시죠” 자사 주식 ‘의무 보유’는 ‘선택 사항’이라더니…
그러고 난 뒤 어제(9일) 아침 KT 한 지역본부 소속 직원 A 씨는 근무하다 다른 팀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번 자사주 지급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팀의 전화였습니다.
“자사주 2년 의무 보유, 동의 체크로 다시 고치시죠”
A 씨가 이미 ‘미동의’로 제출한 ‘2년 자사주 매매 불가’ 항목에 다시 ‘동의’로 체크해달라는 겁니다.
A 씨는 바로 거절했지만, 해당 팀은 끈질겼습니다. 오후에 재차 A 씨의 의사를 떠봤는데, A 씨 입장에서는 거의 강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A 씨는 분명 ‘선택 사항’으로 명시되어있어서 체크하지 않았던 건데, 담당 부서에서 직접 전화가 와서 ‘동의해달라’는 연락을 받아 황당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의무 보유 강요당했다’, ‘승진까지 걸고넘어졌다’ 익명 성토 쏟아져
이런 황당한 일은 A 씨만 겪은 게 아니었습니다. 익명게시판 서비스 ‘블라인드’의 KT 페이지에서는 A 씨와 비슷하게 강요받았다는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KT는 ‘선택 사항’인 ‘자사주 의무 보유 동의란’에 체크하지 않은 직원들을 상대로 다시 동의를 체크하도록 전화를 돌렸습니다.
심지어 ‘대리 직급 승진’까지 걸고넘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직급 승진을 하려면, 자사주 의무 보유에 알아서 동의해서 회사에 잘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또 “당신만 동의 안 했다”고 거짓말도 들은 직원도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은밀히 조직적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어느 본부에서는 상무급 임원이 부장과 팀장 등 간부들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팀원 개별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미동의자를 대상으로 동의로 번복하도록 지시했다는 겁니다.
직장생활에 있어서 인사고과에 큰 영향을 받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 같은 압박에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KT는 곧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구현모 사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충성도 테스트를 하며 “줄 세운다”고 비난하는 글도 있습니다. 어느 직원은 ‘동의’했다가 기분이 나빠 취소하겠다는 말도 합니다.
“팔라고 해도 내가 팔기 싫은 회사가 되어야 하는데”, “저질이다”, “주식을 안 파는 게 회사 사랑인가”, “정 뚝 떨어진다” 등 직원들의 분노가 회사에 대한 깊은 실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KT “자사주 의무 보유는 직원 자율…’동의 강요’는 일부인 듯”
사실 모든 직원이 자사주 의무 보유 기간을 따르게 하고 싶다면, 직원들의 동의 여부를 따로 물을 필요 없이 그냥 지급 결정 때 기본 조건으로 두면 됐을 일입니다. 실제 지난 2018년 KT의 자사주 지급 때에는 직원들의 ‘2년 의무 보유’가 기본 조건이었습니다.
KT 측은 KBS취재진에게 “이번 자사주 지급에 대한 2년 의무 보유 여부는 직원 개인의 자율 판단”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 동의서에 적혀있듯이 “동의 선택 여부는 개인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 ‘미동의자에게 동의로 번복하라는 회사 차원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 같은 사례가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블라인드에 올라온 ‘동의를 강요당했다’는 성토들은 “일부 간부의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KT는 올해만 해도 구현모 사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임원이 2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또 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는데, 2009년 5천억 원의 자사주 매입 이후 11년 만의 대규모 매입입니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저평가된 회사 주가를 올리는 것이 구 사장의 최우선 과제이고, 그래서 간부들이 직원들의 자사주 보유를 유지하려고 애쓴 것 아니냐는 겁니다.
오늘(10일) KT 주가는 24,2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
-
오승목 기자osm@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