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몰래 ‘위치정보’ 수집하고는 ‘깨알약관’으로 딴소리하는 이통사

몰래 ‘위치정보’ 수집하고는 ‘깨알약관’으로 딴소리하는 이통사

등록 :2020-09-28 04:59수정 :2020-09-28 08:02

이동통신 3사 가입신청서 보니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 앞면에
위치정보를 ‘필수동의 대상’ 적시
가입신청서 뒷면 약관에는
“철회·일시중지 요구 가능” 서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크게 미흡”
기지국 접속기록, 별도 DB에 쌓고
책임자도 따로 지정해 관리해와
조명희 의원 “축적 목적·사용 내역 밝혀야”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 작성하게 하는 이동전화 가입신청서 앞쪽에는 개인위치정보 수집을 ‘필수동의’로 해놓고 뒤에선 ‘동의 유보 및 철회 가능’이라고 각각 다르게 명시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이동통신 3사 이동전화 가입신청서에 첨부된 ‘개인정보 처리(활용) 동의서’를 보면, 앞 부분의 ‘개인위치정보 수집·이용 동의’ 난에서는 개인위치정보(이동전화 단말기, 기지국 위치, 위성항법장치(GPS) 정보 등)를 ‘필수동의’ 대상 개인정보로 꼽고 있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가입자 기지국 접속기록을 몰래 축적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위치정보에 포함된 ‘기지국 위치’는 기지국 접속기록을 가리킨다. 가입신청서의 필수동의 항목에 넣어 동의를 받고 있는 만큼 몰래 수집(축적)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하지만 동일한 가입신청서 뒷부분의 ‘위치정보사업 이용약관 및 위치기반 서비스 이용약관 주요내용’(개인위치정보 주체의 권리)에서는 ‘고객은 회사의 개인위치정보 이용 및 제공에 대한 동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철회하거나 일시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는 ‘고객에 대한 위치정보 수집·이용·제공사실 확인자료’ 등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안내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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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 접속기록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수집(축적)할 때 고지와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을 보장하라는 뜻이다. 이통사들의 가입신청서처럼 앞뒤 내용이 맞지 않으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글씨가 깨알 같거나 경품을 내세워 동의를 유도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통사들이 가입신청서 날머리에 ‘본인은 상기 내용에 대하여…이를 이해하며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서명을 받는 것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의무를 다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다.이통사 스스로도 현행 이동전화 가입신청서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가입신청서로 기지국 접속기록 수집 전 고지·동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잘못됐다’고 하니까, 해당 부서가 반발하면서 개선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이통사의 한 임원도 “당당했다면 왜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겠냐. 내부의 반발을 줄여 개선안을 내놓게 하기 위해서는, 잘못했다는 지적보다 개선 방안을 찾는 논의 쪽으로 얘기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이통사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에서 과금정보 데이터(실제 통화에 대한 위치정보)와 기지국 접속기록(단말기가 기지국에 보낸 위치확인 정보)을 별도 데이터베이스(DB)에 분리해 수집·축적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케이티 등은 과금정보 데이터와 기지국 접속기록 데이터베이스의 관리 책임자를 따로 지정해두고 있는 사실도 공개했다. 조 의원은 “이통사들이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기지국 접속기록을 축적했는지 근거를 밝혀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거듭 질의한 끝에 이런 답변 자료를 받았다”며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축적·보관하고 사용했는지까지 명확히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63848.html#csidxa54ac6d148a1452b115fc29133ef3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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