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고]통신, 4차 산업혁명의 기반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일인당 통신비 2만원을 일회 지급하겠다는 민주당 방침의 대안으로 김경수 경남 도지사가 그 총액 약 9000억원으로 공공 와이파이망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매우 유효하고 건설적이다. 개인들에게 통신비로 2만원씩 한 번 지급하면 그 돈으로 그들을 한 번 도와주고 마는 것이지만, 만일 그 돈을 전부 모아 공공 와이파이망을 확대하면 그들을 두고두고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망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실 9000억원을 투입하면 와이파이, 즉 무선 인터넷, 전국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와이파이는, 셀룰러와 쌍벽을 이루는 무선 통신 기술이지만, 공개 기술이라서 기술료가 없고, 비면허 주파수를 사용하기에 주파수 사용료도 없다. 와이파이 이용료가 저렴하거나 무료인 이유다. 와이파이의 전국망 구축을 위해서는 광케이블망, 광케이블의 데이터 전송 능력을 높여주는 스위치, 그리고 이용자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중계기인 AP(Access Point)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스위치와 AP에는 본래 큰돈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광케이블망 구축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150만km나 깔려 있어 필요한 만큼 임차해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은 전기라는 에너지였다. 그리고 우리의 전기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에 우리 산업체가 경쟁력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와 함께 통신이 또 하나의 중요한 핵심 기반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VR과 AR을 비롯한 동영상, 빅 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에서 보듯,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신으로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활발해지려면 통신비가 저렴해야 한다. 통신비 인하는 개인 복지의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더 중요하다. 특히 앞으로 무수하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사물인터넷 분야의 통신비는 파격적으로 낮추어야 관련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과거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저렴한 전기, 철도, 고속도로가 중요했듯,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저렴한 통신비, 특히 사물인터넷 통신비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명운은 통신비 인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율적인 와이파이망 구축을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와이파이의 최신 기술인 ‘와이파이6(IEEE 802.11ax)’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와이파이6는 데이터 전송의 양과 속도 그리고 지연시간(latency)에서 셀룰러 통신의 5G에 버금간다. 게다가 통신대역을 일반 데이터용과 사물인터넷용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통신대역으로 별도의 사물인터넷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사물인터넷 통신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저렴한 통신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비면허 대역만으로는 주파수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미국은 과감하게 6㎓(6기가 헤르츠) 대역에서 1.2㎓라는 광폭의 주파수를 셀룰러 통신이 아닌 실내외의 와이파이를 위해 비면허로 할당했다. 우리 정부가 6㎓ 대역을 대폭 비면허 주파수로 지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지만, 와이파이 광역망을 보다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실내용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옥외용으로도 지정하고 그 출력도 가능한 한 최대로 높여줘야 한다.

셋째, 와이파이망의 구축과 운영 및 스타트업들에 통신용 필수설비의 값싼 제공을 위해 바람직하게는 약 75만km의 광케이블망을 가지고 있는 KT를 본래대로 공기업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조차도 앞으로 통신망은 너무도 중요해서 국유화하여 통신사들이 임대해서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다. 그게 어렵다면, 한국전력의 광케이블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넷째, 지금 세계는 고속 와이파이망 구축을 위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중 가장 앞서 나가는 것이 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사의 스타링크(Starlink)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 세계에 경쟁력 있는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선은 아메리카 대륙용으로 1만2000개,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를 커버할 4만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이미 쏘아올리고 있다. 우리가 먼저 와이파이망을 갖지 않으면 우리의 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스타링크에 장악될 수도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180300095&code=990304#csidx0ca4dfb0901fc1487269cf7adadbe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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