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스무살 88% “헬조선”… 여성 절반 “결혼 안 해”… 79.3% “기본소득 찬성”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13회 | 작성: 2020년 3월 5일 10:20 오전등록 2020.03.04 08:01 수정 2020.03.04 08:01
올해로 스무살이 된 오마이뉴스는 동갑내기 스무살이 궁금했다. 그래서 2000~2002년에 태어난 1000명에게 물어봤다. 무슨 생각들 하고 있냐고. 그랬더니 더 깊이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러 배경을 가진 2000년생 14명을 직접 만나 차분히 대화를 나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한국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키워낸 이들에게 오마이뉴스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우리 사회의 20년 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스무살은 곧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테니까. [편집자말] |
현재 우리 사회의 만 18~20세 여성 절반은 결혼 생각이 없다. 남녀 통틀어 열에 넷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비슷한 숫자가 마흔이 되어도 자기 집이 아닌 셋집살이를 할 거라 생각한다. 농어촌으로 가면 미래전망은 더 암울하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다.
ⓒ 봉주영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20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무살 머릿속’ 여론조사 결과, ‘장래에 결혼을 할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한 이들이 36.7%에 달했다. “있다”는 63.3%.
주목할 점은 남녀 차이가 컸다. 남성은 “있다” 74.7% – “없다” 25.3%로 3 대 1 정도로 갈라졌는데, 여성의 경우엔 “있다” 50.9% – “없다” 49.1%로 반반으로 갈렸다. 도시와 비도시의 지역적 편차도 두드러졌는데, 읍·면 지역 거주자들의 응답은 “있다” 57.3% – “없다” 42.7%로 전체 평균보다 결혼전망이 다소 어두웠다. (특별시·광역시 “있다” 63.4% – “없다” 36.6% / 도의 동 거주자 “있다” 65.6% – “없다” 34.4%)
‘향후 총 몇 명의 자녀를 갖고자 계획하느냐’는 질문에는 “0명”이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았다. 이후 “2명” 36.5%, “1명” 15.2%, “3명” 5.2%, “4명 이상” 0.9% 순이었다. 자녀계획에 대해서도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이 여성은 57.4%에 달한 반면, 남성은 28.4%였다.
’10년 뒤에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81.4%(매우 그렇다 25.8% + 대체로 그렇다 55.6%) –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18.6%(매우 그렇지 않다 1.4% + 별로 그렇지 않다 17.1%)로 긍정적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다만 읍·면 지역 겨주자들은 “그렇다” 74.5% – “그렇지 않다” 25.5%로 전체 평균에 비해 취업전망도 다소 어두웠다. 10년 뒤는 조사 대상자들이 만 28~30세가 되어있을 때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의 직업 전망에 대해 아직 희망적인 것이다.
하지만 미래 주거 전망에 대해서는 조금 달랐다. “앞으로 20년이 지난 2040년에, 나는 주택을…”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54.2% – “임대하여 살고 있을 것(전세 월세 등)”이라는 답변이 41.1%로 돌아왔다(기타 4.7%). 소유 전망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임대 전망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읍·면 지역 거주자는 “소유” 42.5% – “임대” 52.8%로 오히려 임대 전망이 더 높았다. 2040년에 이들은 만 38~40세다.
물론 위 질문들은 지금 현실이 아니라 미래 전망이다. 앞으로 이 세대가 실제 이런 인생경로를 걸을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미래 전망에는 개개인의 지금 현실이 깔려 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만 18~20세에게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헬조선’이었다.
“기회 되면 탈조선” 53% → “치열한 경쟁사회 탈출 위해” 다수
개인보다는 국가의 책임 인식중… 기본소득제에 열광
ⓒ 봉주영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할 때 ‘헬조선’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귀하는 한국 사회의 대체적인 현실이 ‘헬조선’이라는 말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혹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일치한다”는 답변이 무려 88.0%. “대체로 일치한다”는 응답이 61.9%로 가장 많았고, “매우 일치한다”는 답변도 26.1%였다. 반면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2.0%(별로 일치하지 않는다 11.5% +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0.5%)에 그쳤다.
‘헬조선’에 뒤따르는 말이 ‘탈조선’이다. 한국을 떠나겠다는 다짐이다. 만 18~20세에게 “만약 기회가 된다면 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동의여부를 물었더니, “그렇다” 53.3% – “그렇지 않다” 46.7%로 나타났다. ‘이민’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높은 문턱을 생각하면 53.3%는 매우 높은 수치다. 4점 척도로 살펴보면, “매우 그렇다” 19.8%, “대체로 그렇다” 33.5% – “별로 그렇지 않다” 36.2%, “매우 그렇지 않다” 10.5%였다.
이번에는 이민 쪽을 선택한 이들에게 가장 주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고 6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랬더니 43.3%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탈출”을 골랐다. 절반 가까운 압도적 수치다. 이후 “더 좋은 자연환경을 찾아” 22.9%, “더 높은 소득수준을 위해” 17.8%, “각종 관계망에서 탈출” 8.1%, “기타” 7.0%, “건강상의 이유” 0.9% 순이었다.
21세기가 밝은 이후 태어난 만 18~20세들이 이 사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현재 각자도생을 위해 이민을 집단적으로 생각할 만큼 매우 파편화되어 있는 듯한데, 눈은 ‘국가의 책임’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살아가는 데에 국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정부가 복지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와 “자신이 각자의 생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 문장을 양쪽에 주고 보다 공감하는 정도에 따라 고르게 했다. 가장 극단적인 ‘정부 책임’ 쪽을 5점, 반대로 극단적인 ‘개인 책임’을 –5점으로 설정하고, 각자 공감하는 정도를 표시하게 했다. 결과는 평균 1.41점. 정부 책임 쪽으로 기울었다.
5~4점을 선택한 이들은 20.4%, 3~1점은 46.2%로, 총 응답자 중 66.6%가 국가의 복지가 더 확충돼야 한다는 쪽을 골랐다. 중립인 0점은 11.1%였고, -1~-3점은 18.3%, -4~-5점은 4.0%로, 개인 책임 쪽은 총 22.3%였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정도의 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만 18~20세는 열광했다. 기본소득제 “찬성” 입장이 79.3%에 달했다(“반대” 20.7%). “다소 찬성”이 57.8%로 절반을 넘겼고, “매우 찬성”도 21.5%로 나타나 전체 반대보다 높았다.
총선을 앞두고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000만원의 출발자산을 국가가 제공하자’는 논의에도 호의적이었다. “찬성” 응답이 66.8%(“매우 찬성” 30.0% + “다소 찬성” 36.8%)였다. 반면 “반대” 응답은 33.2%(“매우 반대” 9.3% + “다소 반대” 23.9%)로 절반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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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물어보니] 빡빡한 일과, 주입식 경쟁 교육… 무엇보다 집 구할 때 “헬조선”
N(여)씨는 지금 4년제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해 “헬조선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지만 8개월 호주생활에 대해서는 “완전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호주의 좋은 점을 얘기하면서부터는 한국과 비교하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조리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호주에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형식적인 수업이 많았다, 아침 8시에 일과가 시작돼 실습·이론·교양 세가지를 다 하면 저녁 8시에 끝난다, 학생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려운 생활이었다”면서 “여기(호주)선 열심히 하면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비정규직이지만 페이(임금)도 좋고 복지혜택도 많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걸 당연히 배려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일에 치여 사는 느낌”이라며 “여기는 자기 삶을 중시하고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교에 다니는 A(여)씨는 “내가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이, 중학교 때 부모님이 해외유학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혼자 가는 게 무서워 안 간 것”이라며 “그 때 나가서 평생 외국에서 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3 되기 직전 헬조선이란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았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 경쟁위주 교육”이라며 “그렇게 해서 대학을 가도 토론식 수업보다는 주입식 수업 위주여서 꽤 실망했다”고 말했다.
F(여)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가정에서 자랐다.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서 웬만한 일에는 이미 내성이 생겼다”는 그는 “그 전엔 헬조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집을 구하면서 그 말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다달이 나눠 갚는 대출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그는 매달 70만원을 내야 한다. 그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게 너무 비싸고, 마치 쥐소굴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스무살의 대한민국 자긍심]
과학기술 〉 스포츠 〉 문화와 예술 〉 역사적 전통 〉 민주주의 순
경제적 성취와 국방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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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 공감하는 스무살들이지만, 그럼에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이룬 성취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조사한 결과, 과학기술의 성취, 스포츠에서의 성취, 대중문화 및 예술·문학에서의 성취, 역사적 전통,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 등에 대해선 자긍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경제적 성취에 대해선 “자랑스럽다” 47.9% – “자랑스럽지 않다” 48.4%로 팽팽했다. 군사력에 대해선 “자랑스럽다” 39.6% – “자랑스럽지 않다” 53.7%로 자랑스럽지 않다는 쪽이 더 많았다.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특집 ‘스무살 머릿속’ 여론조사는 지난 2월 7~11일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며, 2020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적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