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회장 입김 작용 선출방식에 반기… 일각 “정치권 개입 빌미” 우려
‘차기 회장 선출을 공모제로 바꾸고 최고경영자(CEO) 권한을 3인 대표 체제로 분산하라.’
국내 최대 유무선 통신기업인 KT의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기존 황창규 회장 체제가 지속될 것을 우려해 차기 회장 선출 방식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차기 회장 선출을 포함, 현재 경영시스템을 비판하는 문서를 만들어 KT 이사회에 전달했다. KT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회장 후임을 뽑는 일정에 들어갈 예정인데, 황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선출 방식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관련 일정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KT 일부에서는 이번 내홍을 빌미로 KT의 차기 경영권 결정에 정치권 등 외부 입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33매 분량의 ‘KT 바로 세우기 제언’ 문서에 따르면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경영지원부문장이 관할하는 지배구조위원회(지배구조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현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KT는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선출 방식을 CEO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치는 2단계에서 4단계로 바꿨다. 이에 따라 KT는 지배구조위에서 회장 후보자를 고르고 후보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하면 이사회에서 최종 대상자를 선정해 주총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사내 직원 및 외부에서 후보를 고르는 1차 관문을 사내외 이사 5명이 참여하는 지배구조위가 맡는다. 해당 위원회 및 이사회 전체 운영 총괄은 황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삼성 출신 경영지원부문장인 김인회 사장이다. 따라서 문서를 만든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후보 추천부터 황 회장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KT의 전ㆍ현직 임직원 1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KT 임원 출신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가 대표다. 한 교수는 “포럼 구성원 외에 문서 작성을 위해 만난 KT의 많은 임직원들은 이런 구조라면 황 회장이 3연임을 하지 않아도 입맛에 맞는 차기 회장을 추천해 사후 비판이나 각종 문제 제기가 나오지 않도록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지배구조위에서 공개 모집으로 후보자를 접수 받아 의견 발표와 토론,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직원과 주주, 노조 및 고객까지 참여하는 200명 규모의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후보자별 경영전략 및 비전 발표와 토론을 통해 심사할 것도 권고했다.
CEO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명의 대표이사를 두는 분권형 경영 체제도 제시했다.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운영책임자(COO) 3인이 권한을 나눠 가지면 CEO의 부족한 통신 전문성을 보완하며 기술 투자와 효율적 조직 운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KT 직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KT 모 임원은 “그 동안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도 교체됐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외압 없이 내부 직원들까지 회장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됐고 절차 또한 객관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은 “내부 후보 추천을 위해 부사장급 이상 14명이 면접을 봤는데 벌써부터 황 회장과 가까운 2명의 사장과 1명의 부사장이 후보로 오르내린다”며 “후보 선정을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