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문성 없는 옛 여권 실세 주변 인사 영입해 로비 의혹 더 짙어져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취임한 뒤 영입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출신 경영고문 3명이 펜션 운영자와 유치원 설립자 등 통신산업과 관련 없는 직종에 종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티가 전문성 없는 옛 여권 실세 주변 인사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정치권 ‘로비 사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2일 <한겨레>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케이티로부터 매달 861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경영고문 이아무개씨는 임명 약 2년 전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펜션 운영을 주업으로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이씨는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직능본부장, 2012년 18대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장 정책특보를 맡는 등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이씨의 주업이 드러난 건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2010년 5월 자신이 주도한 한 포럼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초청했고, 해당 의원이 ‘한명숙 후보는 부도덕하니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모임을 활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포럼 참석자 30여명에게 66만원어치의 술과 밥을 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고, 이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2010년 있었던 1심과 2011년 항소심 판결문에 나타난 이씨의 직업은 ‘자영업’이었다. 주거지 역시 이씨가 운영하는 펜션 주소가 적혀있었다. 관련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씨는 2012년 3월까지 펜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이후 동생에게 펜션 소유권을 넘겼다. 최소한 2012년 3월까지 펜션 운영을 주업으로 한 셈이다.이 때문에 황 회장이 통신 산업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이씨를 케이티 경영고문으로 임명한 배경에 홍 의원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심이 나온다. 이씨는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홍 의원의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홍 의원의 지역구 선거도 도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이씨가 경영고문으로 임명된 2014년 11월은 홍 의원이 중요 통신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이던 시기다. 케이티는 홍 의원이 미방위 위원장이었던 2015년 5월 이씨가 대표로 있는 한 청소년단체의 뮤지컬 공연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뮤지컬은 홍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대학교 공연장에서 열렸고, 당시 홍 의원은 축사를 했다.홍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케이티 경영고문인 류기남씨 역시 통신 산업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하다. 시·도의원 등을 지낸 류씨의 선거 공보물을 보면, 유치원 설립, 청소년 관련 연구소 소장 등이 주요 경력으로 기재되어 있다. 류씨의 경영고문 임명 역시 200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홍문종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력이 작용했다고 의심된다. 류씨는 경영고문으로 재직하면서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매월 603만원씩 모두 7200여만원의 자문료를 케이티로부터 받았다. 홍 의원의 비서관을 지내다 30대 후반에 케이티 경영고문으로 임명된 김아무개씨도 통신 관련한 전공자도, 관련 업무를 한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류씨와 같은 기간 경영고문으로 일했고 같은 액수의 고문료를 받았다. 케이티의 고액 자문료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에서 수사하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영고문은 자문 계약을 맺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임명했다”며 “개개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