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9뉴스] 소방 ” KT 아현지사 화재 , 환풍기 제어반 내부 발열 가능성 제일 커”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02회 | 작성: 2019년 2월 24일 1:05 오전소방 “KT 아현지사 화재, 환풍기 제어반 내부 발열 가능성 제일 커”
입력 2019.02.23 (22:33) 수정 2019.02.23 (23:55)
75억 원의 재산 피해와 함께 초유의 ‘통신대란’을 일으킨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소방 당국이 지하 통신구 안 환풍기 제어반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직접 불을 끄려고 시도한 뒤, 실패하면 119에 신고하라’는 자체 매뉴얼 때문에 화재 신고가 12분가량 지연된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은희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소방본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일어난 KT 아현지사 화재가 인입 통신구 환풍기 제어반 안에서 전기적 발열로 인해 시작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입 통신구는 KT 아현지사 내부 국내 통신망(사내 통신망)과 충정로 사거리 부근에 매설된 주 통신구를 이어주는 112m 길이의 지하 통신구입니다.
인입 통신구 안에는 통신·전력 케이블이 지나가고, 한쪽 벽면에는 환기를 위해 환풍기와 환풍기 제어반이 설치돼 있습니다.
환풍기 제어반은 일정 시간마다 환풍기가 작동하도록 전류를 흘려 공급해주는 장치로, 제어반 안에는 전류 차단기와 변압기 등 각종 전선이 배치됐습니다.
소방본부는 화재 진행 방향과 연소 상태 등을 따져 봤을 때, 이 제어반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습니다.
제어반 내부에 각종 부품과 전원 장치가 많고, 통상 쓰이는 220V(볼트) 대신 380V(볼트) 전압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제어반 본체는 철제지만, 덮개는 불에 잘 타는 플라스틱으로 된 점도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소방본부는 이어 KT 측도 평소 환풍기 제어반의 화재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규모가 큰 주 통신구에서는 환풍기 제어반에 온도 감지기와 자동 확산 소화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입 통신구는 소방법상 길이 500m 미만의 ‘소규모 통신구’로 분류돼, 각종 법정 설비를 설치할 의무가 없어 자동 확산 소화기 등 개별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내부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으면 이상 신호를 보내는 온도 감지기 역시, 인입 통신구 환풍기 제어반에는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방본부는 이어 첫 화재 인지부터 119신고까지 약 12분이 지연됐다며, 초기 대응도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KT 아현지사 경비실 벽면에 부착된 ‘초동 조치 및 조치사항’을 보면, 현장 확인과 초기 진화 시도 등 4단계를 거친 뒤 119에 신고하라고 돼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소방 매뉴얼은 화재 발견 즉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KT는 직접 소화기를 들고 현장을 찾아 불을 끄려고 한 뒤 ‘실패하면 119에 신고하라’고 단서를 달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방본부는 사고 당일 KT 자회사 소속이던 경비원이 이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면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통신구 안에서 연소가 상당 부분 확산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아현지사 건물과 통신구를 담당하는 관리 부서가 서로 달라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됐고, 통신선 연결 부분이 완전히 마감되지 않아 건물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는 등 KT의 건물 구조와 이원화된 관리 체계도 화재를 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방본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자체 보고서에서 “인입 통신구에도 주 통신구처럼 온도 감지기 등을 설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소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제어반처럼 불이 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설비는 통신 케이블과 일정 거리를 떼어 두어야 하고, ‘화재 확인→통보→자체진화→신고’에서 ‘인지 즉시 신고’로 KT의 화재 신고 체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소방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응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은희 의원실 제공]
강푸른 기자(strongblu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