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독] KT, ‘쪼개기 후원금’ 회수 나서…불법 정치자금 공식화

[단독] KT, ‘쪼개기 후원금’ 회수 나서…불법 정치자금 공식화

등록 :2019-02-19 16:07수정 :2019-02-19 20:33

KT 재무실 명의 공식 계좌 운영
임원들 돈 돌려받아 계좌에 입금
“3분의 1 회수…‘기타잡수익’ 처리”
KT, 2015~16년 상품권 사서 깡해
임원들 이름으로 100만원씩 제공
80여명에게 100만~1500만원씩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2018년 4월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2018년 4월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티(KT)가 상품권을 구입한 뒤 현금화해 임원들 이름으로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건넨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케이티가 회사 공식 계좌를 만들어 이 후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티 스스로 해당 후원금이 회사 자금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케이티는 지금껏 해당 돈의 성격에 대해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라고 밝혀왔다.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케이티는 재무실 이름의 회사 공식 계좌를 통해 임원들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했다가 반환된 돈을 회수하고 있다. 의원이 후원금을 해당 임원 계좌로 반환하면, 해당 임원은 이를 사업협력부문 기획팀 계좌로 입급하고, 사업협력부문 담당 직원이 정기적으로 재무실 계좌로 이체한다. 사업협력부문 계좌의 입금내역에는 의원과 임원 이름, 반환받은 금액 등이 명시돼 있다. 케이티는 의원들한테서 돌려받은 돈을 ‘기타잡이익’으로 잡고 있다.케이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 임원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 가운데 몇명만 돈의 성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즉시 반환했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냥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초 경찰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조사에 나서자 받은 돈을 반환하겠다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임원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제공한 돈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반환됐다. 금액으로 치면 1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에 따르면, 케이티는 2015년 이후에만 임원들 이름으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80여명에게 각각 100만~1500만원씩 총 4억여원을 제공했다.케이티는 받은 돈을 반환한 의원들이 꽤 있다는 얘기를 경찰로부터 전해듣고 임원들에게 반환받은 돈을 입금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의원이 돈을 돌려줬는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는데다 반환 과정에서 ‘배달사고’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케이티 후원금을 아직 반환하지 않은 의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처지다. 준 쪽이 회사 자금으로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공식화했으니 안돌려줄 수가 없고, 뒤늦게 돌려주려니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케이티는 “현재 회수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1월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에 돌려받은 것이다. 회사에서 나간 돈이니 돌려받았으면 입금하라고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들에게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김태규 기자 j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2735.html#csidx40dffb03f547485915baf5b6dcdfb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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