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양승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정상화?] 대법원 “신의칙 적용 엄격하게 판단” 경영책임 노동자 전가 ‘제동’

[양승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정상화?] 대법원 “신의칙 적용 엄격하게 판단” 경영책임 노동자 전가 ‘제동’

노동계 “모든 고정임금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제도정비 서둘러야”·

  • 김미영
  • 승인 2019.02.15 08:00

▲ 자료사진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해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기업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법원 결정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용자측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일 때에는 추가 임금 지급부담 때문에 기업이 겪을 어려움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추가 법정수당 4억원, 총 인건비 5~10% 수준
전원합의체 판결 유지하되 조건 따진 대법원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시내버스 노동자 박아무개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시영운수 노동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추가 법정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2013년 3월 제기했다. 대법원은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며 “회사 연간 매출액 대비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고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해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가 시간외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유지하되 신의칙 여부와 관련해서는 엄격하게 판단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갑을오토텍 사건에서는 당기순이익의 90%를 잠식하니까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는데, 시영운수 사건에서는 준공영제 사업장인 관계로 당기순이익은 검토하지 않고 이익잉여금과 매출액·총 인건비를 따져서 신의칙 인용 여부를 판단했다”며 “시영운수보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사업장에서는 신의칙 위반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판거래 희생양’ 통상임금 판결, 제자리 찾아가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둘러싼 다툼은 2013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내려진 갑을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 합의는 무효라면서도,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신의칙은 민법 2조1항에 명시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기존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임금을 추가로 청구해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면 신의칙 위반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신의칙에 위반되는 조건으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와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들었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초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신의칙 적용기준을 밝히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만 하고 사건을 다시 2부로 배당했다. 기존 판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대법원은 기존 전원합의체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신의칙 항변을 인용할 때에는 조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모적인 노사갈등을 줄이려면 정부와 국회가 변동적 성격의 임금을 제외한 고정적 성격의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해당하는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법원이 신의칙 잣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진전된 내용이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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