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안전관리 주요 업무까지 외주화, ‘KT 화재’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

“안전관리 주요 업무까지 외주화, ‘KT 화재’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25일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25일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상설적으로 케이블 설비를 관리하는 인원들을 다 자르고, 중요 업무를 도급업체에 다 넘겼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

지난 24일 KT아현지사 화재로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은 KT가 2002년 민영화 뒤 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핵심 시설관리까지 외주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6만명이 넘던 직원 수가 민영화 전후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2만3000명으로 줄었는데, 감축된 만큼을 전부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사업보고서를 보면 1998년 5만6600명이던 정규직 직원은 2017년 말 기준 2만3420명으로 줄어들었다. KT는 민영화 다음해에만 6000여명을 내보냈고, 2014년 8304명 대규모 명예퇴직까지 매년 인력 감축을 거듭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주력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는 점이 이번 화재로 확인된 셈이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1989년 입사한 조 위원장은 민영화 과정에서 통신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인력감축으로 국가 기간통신망 안전이 위협받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KT는 개통과 애프터서비스, 창구 업무는 물론이고 케이블 관리까지 핵심 업무들을 도급으로 전환했다. 그는 “KT 내에 케이블을 관리하는 케이블매니저(CM)팀이 있지만 본사 직원들이 맡고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적으로 안전 관리를 해야 하는 CM팀같은 핵심업무 인원들까지 대폭 줄인 탓에 위험성이 늘 내포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들어보면 이번 사고 뒤의 복구작업 역시 하청업체 직원들이 대거 나와서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해온 노조 관계자도 “이번 사고는 통신구를 담당하는 팀에서 화재 위험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유선네트워크에 대한 시설 투자와 관리 인력을 계속해서 줄여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 후 지하에서 올라오는 분진 때문에 3~5층의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시스템이 다 다운돼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복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KT 전현직 직원들로 이뤄진 KT민주동지회는 성명을 내고 “한 곳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가 5개구 지역의 통신을 모두 마비시킨 것은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별로 분산돼있던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현지점의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이었으며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업무를 모조리 외주화해서 신속한 피해복구도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동지회는 “아현지점에 자동 소화 장치 등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있지 않았고, 화재 시 통신회선을 우회 복구할 수 있는 대책(백업플랜)도 부재했다”며 “안정성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비용절감에만 급급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KT 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비용절감을 내세워 망 관리 인력을 줄이거나 외주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6년에 인터넷망 관리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들에게 주는 수수료를 40% 줄였다. 3000명이던 인터넷망 관리 직원 수는 이듬해 1800명으로 줄어들었다. 박장준 LG유플러스 노조 정책국장은 “KT 상황은 통신사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이라며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직접 책임지고 망을 유지·관리하는 노동자들을 확충해야 하는데도 핵심적인 업무들을 점점 외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국장은 “하청업체 직원들은 원청이 내주는 일만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민영화 전보다 직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서 KT의 정규직수가 4~6배 가량 많다”며 “망과 관련된 설비 설계, 관리, 감독 등 주요업무는 전부 KT 본사 직원이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1251626001#csidx022547cfb7048319db954e4a418a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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