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비판 주주들은 나중에 들여보내…발언권도 안줘
케이티(KT)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일부 주주 겸 직원들을 지연 입장시켜 뒷자리에 앉게 하고 발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주주 권익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지난 2일 서울지방법원 민사 203 단독 김동현 판사는 엄장용씨 등 케이티 민주동지회 소속 주주 겸 직원 33명이 황창규 케이티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참석 방해에 따른 주주 권리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황창규 회장은 원고들에게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케이티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로 원고들의 주주권을 침해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케이티는 지난 3월23일 오전 9시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면서 사전에 비표를 받은 직원 주주들은 아침 5시경부터 입장시키고, 비표를 소지하지 않은 주주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회사 쪽이 동원한 직원 주주들을 미리 입장시켜 주총장 앞자리를 채운 것이다. 민동회 회원 등 비표가 없는 직원 주주들은 아침 일찍 주총장에 도착하고도 8시를 넘겨서야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 이미 앞자리가 꽉 찬 뒤였다.이들은 주총장 뒷자리로 밀려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케이티는 사전에 직원 주주들을 선발해 비표를 지급하고, 주총 모의훈련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마다 회사는 이렇게 하고, 주주 권리를 침해받은 직원 주주들은 소송을 냈는데, 이번에는 <한겨레>가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사(▶“황창규 퇴진하라” “조용히 하세요”…몸싸움·고함 난무한 KT 주총)를 쓴 게 도움이 돼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케이티가 회사 경영상황에 비판적인 직원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을 방해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 사전모의와 관련해 “모의연습은 어느 기업이나 다 한다. 삼성에 있을 땐 더 심하게 했다”고 말했다.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