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노동계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까지 불러왔던 양대 지침(일반해고ㆍ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을 정부가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날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1월 발표한 일반해고ㆍ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보고했다.
두 지침은 행정지침이어서 고용부의 결정만으로 폐기가 가능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폐기시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 그 시점 등에 대해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쉽게 해고하고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개악하는 정부의 위법한 지침은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급격히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현장의 혼선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간 노동계는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ㆍ직무재배치 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을 시 해고가 가능(일반해고 지침)하고,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없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지침)할 수 있도록 한 두 지침에 대해 “쉬운 해고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기권 장관은 “양대 지침은 부당해고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라며 노동계의 주장을 일축했었다. 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정부의 양대 지침 강행에 반발한 노동계(한국노총)가 지난해 1월 대타협 파기 선언을 할 때도 고용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판단도 없고, 사회적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생겨난 결과”라며 “일관성 있는 노동행정을 위해선 지침 등을 적용할 때 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대타협을 통해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물꼬를 틀지도 주목된다. 노동계는 양대 지침 폐기를 대화 복귀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한 낮은 문턱을 넘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현실화, 주당 최장근로시간 단축(68시간→52시간) 등 정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